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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만이 최고|파나마 - 갈왕노 통신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아무리 가난해도 냉장고와 「샤워」가 있어야 하는 나라. 년 평균 섭씨29도의 감각 잃은 여름의 나라 「파나마」는 계절의 변화래야 1월부터 4월말까지의 건기와 5월부터 12월까지의 우기일 뿐이지만 소나기가 잦으나 더위에는 변함이 없는 우기를 가리켜 이곳 사람들은 겨울이라고 부른다. 「바캉스」 보다는 주말을, 주말보다는 밤을 즐기는 이 나라 사람들은 까무잡잡한 피부 속에 전통적인 「스페인」풍의 낙천적인 피가 섞여서 그런지 내일을 생각지 않고 아무리 급해도 서두르는 법이 없어 만사가 「아스라·마냐나」 (오늘 못 하면 내일도 있다는 뜻)식이어서 꿈도 없고 내일을 위한 설계도 없어 낭만을 찾아 인생을 즐기는 국민이다.
「유럽」이나 북미에서처럼 1년을 열심히 일하고 저축해서 「바캉스」를 즐긴다는 습관도 없이 핑계만 있으면 마시고 춤추며 사랑을 즐기는 기분파 인생들.
쥐꼬리만한 저축도 어느 가정이건 한 달이면 한 두번씩 찾아오는 「피어스타」(축제)덕에 바닥을 드러내고 만다. 고기가 많아서 「인디언」들이 지은 이름이 「파나마」. 우리 나라의 3분의1밖에 안 되는 땅덩어리가 도시주변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정글」로 남아있어 그 흔한 「밍고」열매와 「바나나」가 손에 닿지 않아 밀림 속에서 열었다가는 떨어져 썩는 어쩌면 부럽기도 한 나라이다.
출근은 8시라고 하나 한 시간정도 지각은 보통이요 정오로부터 하오2시30분까지가 「시에스터」(낮잠)시간, 출근은 늦어도 퇴근시간만은 시계보다 정확하니 일하는 시간보다 잃어버린 시간이 더 많다.
『귀여운 아가씨, 같이 가실까요.』새파랗게 젊은 친구가 어울리지도 않은 콧수염을 손등으로 문지르며 생판 모르는 아가씨의 미소에 말을 건네면 「요·노·세」(몰라요)로 나오면 그 날 밤의 즐거운 동반자가 되는 것. 「데이트」자금은 물론 남자 측이 부담하지만 분위기 조성은 또순이 같은 아가씨가 「리드」하여 행동이나 눈치가 빠르지 못한 남자는 아가씨에게 귀를 잡히어 얼간 같은 웃음을 띠고 끌려가기 일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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