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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억 탈세 돕고 뇌물 챙긴 혐의 … 전 용산세무서장 태국서 체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세무조사 무마 명목으로 뇌물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를 받고 있는 전 용산세무서장 A씨(57)를 지난 19일 태국에서 체포해 송환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22일 밝혔다. A씨는 2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10~2011년 서울 성동·영등포세무서장으로 재직하면서 육류수입가공업체 대표 김모(57)씨의 수백억원대 탈세를 도와주고 그 대가로 금품과 갈비세트 등을 받은 혐의다. 특히 경찰은 “A씨가 김씨에게서 골프 비용 수천만원을 법인카드 등을 이용해 대납 받았다”는 김씨 측근의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해 왔다. 최근에는 김씨로부터 “골프 비용을 대신 내준 바 있다”는 진술도 받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조사를 받던 A씨는 지난해 8월 말 1차 소환조사 이후 소환요구에 수차례 불응하다 그달 30일 경찰에 사전통보 없이 홍콩으로 빠져나간 뒤 캄보디아, 태국 등지로 옮겨 다니며 생활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국 전 A씨는 경찰수사가 시작되면서 보직에서 해임돼 대기발령 조치를 받았다. 이후 국세청에 명예퇴직을 신청했으나 거부당한 뒤 스스로 명예퇴직 신청을 철회했다고 한다. 경찰은 당시 A씨에 대해 출국금지조치를 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 때문에 부실수사 논란도 제기됐다. 수사팀 관계자는 “A씨가 해외로 나갈 경우 반드시 경찰에 미리 얘기하겠다고 조서에까지 밝혀 출국금지 요청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A씨가 귀국하지 않자 지난해 11월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공조수사를 요청하고 지명수배했다.

 앞서 경찰과 검찰은 A씨가 자주 갔던 골프장 압수수색 등을 놓고 마찰을 빚었다. 경찰은 지난해 7~11월 이 골프장 예약 기록을 확보하기 위해 5차례에 걸쳐 검찰에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압수수색 범위가 너무 방대하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검찰 관계자는 “일시를 특정하든지 하는 방식으로 압수수색 범위를 좁히지 않고 그 골프장에 드나드는 사람들 이름을 다 알아내겠다는 식의 수사에 동의해 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찰 수사팀은 “A씨의 친동생이 검찰의 부장검사급 간부로 재직 중이고, A씨가 다른 검사들과도 자주 이 골프장에서 골프를 친 것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영장을 기각한 것”이라며 반발했었다. 경찰은 A씨가 송환되면 해당 골프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재시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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