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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남 9·3총선|국민이 바라는 민정에의 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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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월남에서처럼 전쟁의 실질적 지휘권과 전쟁 수행량의 대부분이 외국군의 손안에 들어있는 경우, 군정이 민정으로 이양되는 것과 같은 국내 정치의 변동이 직접적으로 군사활동면에 큰 변화를 가져오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따라서 9월 3일에 있을 대통령 선거가 월남전의 앞날에 미칠 영향은 군사면 보다 정치면, 더욱 구체적으로는 지금까지 거의 절대적인 미국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부진상태를 극복하지 못한 평정계획, 평화협상이 실현되는 경우 민간정부가 취할 입장, 「군사정권」으로 굳어버린 국민들의 대정부 인상의 불식 같은 것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20년 동안 전쟁에 시달려온 월남 국민들에게 가장 절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선거전의 주제는 명백히 평화전망의 제시가 될 것이지만 전쟁수행상의 정책결정권이 사실상 미국의 손에 들어있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한 월남 지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입장의 폭은 극히 좁다.
지금까지 입후보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 공적으로 표명한 입장에는 따라서 별로 구체적이거나 새로운 것이 없다. 민간인 입후보자 중 「트란·반·후응」 전 수상은 월남전을 군사적 승리로 끝낼 수 있는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하며 협상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판·칵·수」 제헌의회 의장은 분명한 태도표명을 보류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군인 입후보자 「구엔·반·티우」 현 국가원수는 8일 밤 기자회견을 통해 만약 자기가 당선되면 「하노이」 당국에 직접 협상을 제의할 것이며 그들이 이에 응하리라는 심증을 얻게 되면 미국이 북폭을 중지하도록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태도에도 불구하고 「사이공」의 관측자들은 민간인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평화협상을 적극 추진하고, 군사지도자가 당선되면 적극 추진하는 일반 노선을 따르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 같은 관측을 실증하기 위해 이들 관측자들은 『모두들 협상, 협상하니까 나도 그 유행을 따라 협상 얘기를 한다』는 협상에 관한 질문만 받으면 입버릇처럼 반복하는 「키」 수상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평정계획이 부진한 이유로서 현지의 담당자들은 변두리 농촌지방의 불충분한 치안상태를 들고 있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디엠」 정권이래 정쟁을 일삼아온 「사이공」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뿌리깊은 불신감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9·3 선거는 그것이 「디엠」 이래의 민선정부 수립의 첫걸음이 된다는 뜻에서 이러한 불신을 씻고 평정계획을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마련해 줄 수는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전망에는 「판·칵·수」나 「트란·반·후응」과 같은 민간인 지도자가 당선되어 군부가 장악하고 있는 지방행정 조직을 인수하여 이를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 되어야 한다는 가능성이 상당히 희박한 단서가 붙어있다.
현재 예상대로 「티우」·「키」「팀」이 당선될 경우 무엇보다 양자의 배후세력이 대통령과 부통령이라는 공식직함에 맞게 분포될 것인지 혹은 「키」가 막후에서 실권을 휘두를 것 인지의 여부에 따라 전망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티우」 원수는 군사지도자 중 국민의 지지를 가장 광범하게 얻고 있을 뿐 아니라 친미 시비에 있어서도 별 흠이 없다. 그는 또한 월남전에 관해서도 신축성 있는 태도를 취하고 있어 불교도와 지식층의 평화운동도 자기의 지지세력 속에 흡수할 수 있는 이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만약 「키」가 군부지도자들을 규합, 막후에서 「티우」를 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된다면 민정이양은 형식상의 변화에서 끝나버릴 것이다. 【장두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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