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선모의 재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미국 항공모함 「포레스탈」호의 재난은 무기 극치 시대의 한 만화이다. 불과 5초 사이에 「포레스탈」호는 하늘이 진동하는 폭음과 함께 화염에 휩싸였다. 이 사고로 1백26명이 사망하고 71명이 실종, 64명이 부상을 당했다. 함재기 85대중에서 21대가 파괴, 42대가 파손, 「세계 제2차 대전이래 최악의 사고」이며 「미해군 사상 최대의 참사」라는 보도도 있다.
이 재난은 전폭기 한 대가 보조연로 「탱크」를 떨어뜨려 「미사일」과 마찰, 연쇄폭발을 한 것이 발단이었다. 사고가 그만했던 것도 다행이다. 작년 10월에도 「포레스탈」호의 자매인 「오리스케이니」호에서 대화재가 일어나 43명이 폭사하는 항상 재난이 일어났었다. 사고의 원인은 모두 우발이다.
「포레스탈」호는 7만6천톤급(시가 2억1천8백만달러)의 「움직이는 비행장」으로 승무원만해도 4천2백여명이다. 규모가 굉장한 만큼 사고로 굉장하다. 「포레스탈」호의 재난은 현대 무기가 극치로 발전하면 할수록 우발 사고의 규모도 그와 비례해서 확대되는 「재난체증」의 교훈을 보여주었다.
「우발전쟁」이란 말은 이젠 SF(과학소설)의 「테마」만은 아니다. 62년 「베를린」위기가 절정에 달했을 때 미전략 공군의 통신선이 우연히 고장을 일으켜 하마터면 제3차대전이 터질 뻔 했던 사고도 있었다. 통신선 고장은 무슨 「보턴」하나를 잘못 건드려 「적의 기습」이 알려지고 일언직하에 세계 각지의 미공군 기지에서는 수폭을 적재한 전폭기가 발동을 걸었다. 4분 후에야 전쟁 상태를 부인하는 조치가 본부에서 급격히 취해졌다. 만일 B52가 소련에 날아갔다면 이미 지구는 반 이상이 무덤이 되었을 것이다.
오늘날 전략기기의 전능한 발전은 「인간 부재의 시대」로 만들었다. 인간의 도덕이나 양심으로도 제어할 수 없는 우발 참사가 연발하며, 그 속에서 인간들은 비참하게 타고 죽고 있다. 미 국무성이 정기적 핵무기를 다루는 군인·군속의 정신감정을 하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래도 「포레스탈」호의 사고는 막지 못했다. 무기의 개발을 그만 「스톱」하든가, 전쟁을 그만 두든가 하지 않는 한 제2의 「포레스탈」호 재난은 또 있을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