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정책 현상유지|군부 요구 거부한 「존슨」의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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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존슨」미국 대통령은 지난 13일 백악관에서 앞서 5일간 월남전선을 시찰하고 돌아온 「맥나마라」국방장관 일행으로부터 현지 정세에 관한 보고를 받고 일련의 정부·군 고위회담을 가진 뒤 「웨스트 모얼랜드」장군의 요청에 따라 향후 90일 이내에 2, 3만의 병력을 월남에 증파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와 아울러 「맥나마라」장관은 연말까지는 월남에서 6∼7만의 병력이 추가될 계획임을 밝히고 이를 위해 월남전에서 「훌륭한 성과」를 올리고 있는 한국 등 월남 참전 각국에 보다 많은 지원을 요청할 것이라는 뜻을 밝혀 이때까지 월남참전국 중 미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병력(4만5천)을 파견한 한국 등 월남전 지원국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웨스트모얼랜드」주월 미군 사령관은 애초 월남전을 승리로 끝내기 위해서는 연내에 미군을 60만 명(현재 46만4천명)선으로 증강 시켜야한다고 주장하고 14만 명의 증파를 「존슨」대통령에게 누차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현 국방계획으로는 예비병의 소집이나 주구미군의 이동 없이는 「웨스티」의 요구를 충족시켜줄 수 없는 형편이며 체제상의 변동 없이 동원 가능한 최대의 병력이 2, 3만 일 것이다.
그런데 「존슨」대통령은 중동전쟁과 「글라스보로」미·소 정상회담을 계기로 현재 국민들로부터 전례 없이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이러한 그가 대통령선거를 불과 15개월 앞둔 지금 국내에서 정치적 역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큰 예비역 소집과 같은 모험을 쉽게 감행할 형편이 못된다.
「웨스티」장군은 14만 명의 증파로 월남전을 올 안에 승리로 끝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월남전을 가까운 시일 안에 승리로 매듭짓기만 하면 선거전에 말할 수 없이 유리한 「카드」를 쥐고 나갈 수 있는 「존슨」으로서는 「맥나마라」등 정부와 군 수뇌진을 월남에 파견 현지 사정을 측정케 했다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뒤에 내린 결론이 현재의 사정으로선 현지 사령부의 요청대로 많은 수의 병력을 보낼 수 없다는 것이라면 「웨스티」의 요청대로라도 월남전을 연대 승리로 끝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결과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2만 명 내지 3만 명 정도의 증파는 7월초 현재 월남전에 참가하고 있는 미군의 총 병력이 미제7함대 3만6천명, 태국기지 3만 명, 주월 미군 46만4천명이란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월남전의 양상에 어떤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만한 의미 있는 숫자가 된다고 볼 수 없으며 확전을 의미한다고는 더구나 말할 수 없다. 따라서 확전을 주장하는 군 일부에서는 이 정도의 처지로서는 「존슨」대통령의 기대에 부응할 수 없다고 불만이 대단하다.
정부로서는 현 67 회계연도의 적자가 1백10억「달러」이고 다음 회계 연도까진 1개 사단 증파 등으로 1백50억「달러」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어 이대로는 복지, 건설사업 부문의 투자를 줄여야만할 곤란한 입장에 있어 군부의 요구를 액면 그대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형편이며 또 미국민의 일부에서 축전의 소리가 높은 이때 2, 3만 명의 증파만도 「존슨」으로서는 「전략과 병력의 균형」을 추구하기 위해 내린 「고육지책」이라 아니 볼 수 없는 것이다.
미국은 과거 2년여 동안 월남전 수행에 있어 승리 그 자체보다는 승리를 통한 평화협상을 목적으로 월남전을 계속 「에스컬레이션」(확전)시켜왔다. 「맥나마라」방월-대폭적인 병력증강이란 수식을 뒤엎은 이번 처지로 보아 「존슨」대통령은 월남전 수행에 있어 어떤 극적 조치 없이 현상유지의 선에서 내년 대통령 선거까지 나아갈 것 같다. 따라서 화·전 양단간에 월남전의 새로운 양상은 68년 말 이후에나 기대할 수 있겠다. <김한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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