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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락인술 불신 씻는 처방 없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약을 속이는 의사, 사고를 내는 병원이 나올 때마다 『인술이 땅에 떨어졌다』고 한탄하는 소리를 듣게된다. 물론 일을 저지른 당사자의 말을 들어보면 그런대로 이유는 있다. 그러나 피해를 입은 측에서 보면 얼마든지 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는데도 태만이나 고의, 부주의 등으로 끝장을 보게 됐다고 생각하기가 일쑤다.
이런 일이 다시는 안 일어나도록 어떤 방책을 마련해내지 않으면 환자들에겐 의사불신의 풍조를 생기게 하고 의사들은 그들대로 의료행위에 정열을 잃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문제는 의학교육, 의료제도 그리고 일반국민의 사고방식과도 깊은 관계를 맺고있으므로 쉽게는 고쳐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서양에서도 국민에게 불신을 받는 의사가 나올 때마다 「히포크라테스」(옛날 희랍시대의 의성) 정신을 망각하고 있다고 비난한다고 한다.
그리고 너무 돈만 아는 의사를 산수의사라고 야유하기도 한다. 그래서 보다 환자와 밀착해서 그와 호흡을 같이하면서도, 신뢰를 받는 의사가 되도록 여러 가지 양성제도가 시도되고 있다. 「스웨덴」에서 의학도에게 사회학·철학·교육학·경제학·정치학 등 과목을 필히 강의 받도록 하고있다는 것은 그 일례.
미국에는 환자가정을 두루 찾아다니면서 통계를 내고 조사를 하는 것을 의사교육의 한 과목으로 삼고있는 의과대학도 있다. 그런 과목을 「사회의학」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의예과에서 철학 등 과목을 강의 받도록 되어있지만 살이 되고, 피가 되게 해서 앞으로 환자에게 신뢰받는 의사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더 연구할 점이 많다고 지적되고 있다.
대한의학협회의 명규완 회장은 국민에게 신뢰받는 의사가 되도록 협회에서도 노력하고있으나 1만이 넘는 회원을 모두 일률적으로 인격자를 만들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의학교육은 딴 학과보다도 2년을 더 배워야하고 거기다가 「인턴」 1년, 「레지던트」 4년을 거쳐야만 전문의 시험을 치를 수가 있게 되어있다.
그런데 일반국민에게는 그렇게 높이 평가받지도 못하는 그 전문의를 따려고 4년의 「레지던트」생활을 해야되는 것이 의료제도의 맹점으로 드러나고 있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국가의사 시험에 붙어도 전문의가 아니면 의사가 아니라는 생각으로「레지던트」과정에 들어가나 대우는 정말 보잘것없을 정도.
「레지던트」의 대우 등 문제로 일본서는 「스트라이크」까지 최근에 일어났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군의관으로 소화가 되는 길이 있기도 하여서 아직 문제는 안 생기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환자와 부단히 접촉하고 있어 때로는 불친절하다, 때로는 거만하다는 말을 듣게 끔 행동하는 일이 있다는 이야기다. 전문의가 될 때까지는 나쁜 대우를 감수하겠지만 환자한테 굽실거릴 거야 뭐 있겠느냐는 생각에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몰지각한 몇 사람 때문에 종합병원은 불친절하다는 말이 나오는 원인의 하나가 되는 일이 있는 모양이다.
환자는 좋은 의사와 훌륭한 병원을 고를 권리가 있다. 그래서 그 권리를 충분히 활용하여 좋은 의사와 훌륭한 병원을 고르는 것은 현명한 일이다. 내과의 권위인 모 박사에게 좋은 의사, 훌륭한 병원 고르는 법을 알아본다-.
개업의의 병원은 조그만 나룻배고, 종합병원은 기선이다. 기선이 시설이 좋고 안전한 것은 물론이지만 가는데 까지의 거리 즉 항해목적에 따라 무엇을 타느냐를 결정해야한다. 가벼운 복통이나 고뿔같이 얼마 항해를 하지 않아도 될 것은 기선을 탄다는 것은 「난센스」. 이때는 나룻배를 타야한다.
한편 일반개업의중에서 실력 있는 인격자를 알아두어 늘 그 사람에게 가족이 진료를 받도록 하면 조그마한 변화가 생겨도 그 의사가 즉각 알아서 고쳐주고 무거운 병에 걸리는 경우엔 종합병원에 소개를 해주기도 하고 해서 편리하다. 서양의 「패밀리·닥터」(가정의) 모양 신뢰할 수 있는 의사를 정해두면 고뿔정도로 종합병원에 가는 폐단은 없어지고 종합병원은 거기대로 무거운 질병만 전적으로 다루게되어 혼잡도 없어지게 된다. 미국은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GP)를 따로 교육해 내고 있다. 내과·피부과·외과 등 각 과를 얕으나마 고루 볼 수 있게 하여 웬만한 질병은 그들이 고쳐내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너무 전문의 제도에 치중하는 폐단이 있음에 비추어 그런 제도를 마련해야되겠다는 생각이 요즘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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