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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경제정책의 고민|과욕의 「계획」…성장전략 뒤죽박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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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만성적 식량위기와 심한 재정「인플레」등 경제적으로 심각한 곤경에 빠진 인도는 최근 중공업 우선, 기간산업 국유화를 주축 삼았던 종래의 노선에서 농업개발중심으로 보다 현실적인 정책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2차대전후 경제개발계획 추진의 「챔피언」처럼 인정받아온 인도의 경제적 고민은 앞을 다투어 경제개발을 서두르는 전 세계 개발도상국가들에 하나의 커다란 교훈이 될 듯. 미국 소련 영국 서독 등 동·서를 가리지 않고 그동안 선진 각 국으로부터 받은 수조의 총액은 차관까지 합쳐 모두 690억불. 그 결과가 5개년 계획의 「휴업」과 아사자 2백명이란 파탄에 이르렀으니 작은 문제는 아니다.

<식량위기 만성화 아사 비율 그대로>
사회주의형 사회건설을 지향하는 인도의 기본적 경제정책방향은 『국가가 주도권을 잡아 기간산업과 중공업을 개발함으로써 경제 전체의 수준을 높인다』는 것. 50년 4월부터 66년 3월에 이르기까지 3차에 걸쳐 실시된 5개년 계획은 이러한 방향을 구체화하는 것이었으나 결과는 비참했다.
그 첫째가 만성적 식량위기. 연간 소요식량 9천5백만톤 내지 1억톤에 비해 수확고는 65. 66연도 7천2백만톤, 66.67연도는 7천6백만톤. 원조와 일부 보유외화로 66년에 1천40만톤, 67년엔 1천만톤 정도의 양곡도입이 예상되나 총인구의 2할인 1억의 인도인은 여전히 굶주려야할 형편이다.
19세기중 3천2백만명에 달했다는 인도의 아사자는 별로 신기한 얘기도 아니지만 3차의 5개년 계획이 끝난 지금까지도 일부지역에서 여전히 2백명 가까운 아사자를 내고있다는 것은 인도정부의 정책이 실패했다는 증거-.

<관개면적은 25% 수확고도 무변동>
당국은 최근 식량위기를 「몬순」기의 강우량 부족 탓으로 돌리고있으나 아직도 관개면적이 전 경작지의 25%, 단위면적당 수확고가 30년전과 같은 수준이니 역시 정책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었던 셈. 다음으로는 적자 재정에 바탕을 둔 「인플레」가 심각한 문제.
도매물가를 보면 2차 5개년 계획 기간 중의 상승률이 35%, 3차기간에는 36%이며 작년 4월부터 금년 3월까지 1년 동안에만 16.5%(식품은 24%)이다. 때문에 원료가격이 뛰고 유효수요가 감퇴되어 소비산업이 부진해지면서 투자를 주저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물가상승은 「루피」화 절하로 인한 수입품 가격상승과 흉작에 따른 식량부족 등에 원인이 있으나 장기적으로 보면 중공업분야에 무리한 공공투자를 계속한 결과 재정이 파탄된 전형적인 재정「인플레」.

<과도한 공업투자 경제성장을 저해>
적자공채를 비롯, 중앙정부의 채무잔고는 이미 연간 예산총액의 2배에 달했고 중앙·지방을 통틀어 재정은 파산지경이다.
대외채무잔고 또한 3차 5개년 계획이 끝난 66년 3월말 현재로 약 60억불, 연간수출액의 4배로 해당한다.
결국 중공업에 대한 실력 이상의 투자가 외자도입에 따른 수입증가와 겹쳐 악성 「인플레」를 유발, 과소소비 수출부진으로 나타나 전체적 경제성장에 「브레이크」를 건 셈이다.
1차 계획 기간 중의 1인당 국민소득성장율이 연평균 1.76%, 2차에는 1.8% 증가한데 비해 3차 계획에서는 오히려 0.06%가 줄고 그 후 1년간(66년 4월∼67년 3월)은 1.84%의 엄청난 감소를 보이고 있다.

<67연도 균형예산 식량해결에 역점>
인도정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올해 예산안은 이러한 경제위기를 반영, 새로운 정책방향을 설정하고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7년만에 균형을 이루도록 짜여진 이 예산은 (1)관개·비료공급 등 식량문제 해결을 위한 중점적 대 농업부문지출 (2)차 「주트」(섬유원로) 등 농업산품의 국내소비억제와 수출증가를 위한 소비세증수 (3)분에 넘치는 경제계획 삭감 등 주된 특징, 이를테면 경제위기의 원인을 재정「인플레」로 규정, 균형예산을 짜고 농업진흥을 통해 식량부족해소와 수출증가를 노린 것은 극히 문제의 핵심을 찌른 것이다.
인도정부는 농업인구가 전체의 80%, 농업생산이 국민소득의 50%, 차 「주트」 철광석 등 1차산품 수출액이 전체의 90%인 「농업국가」로서의 스스로를 솔직히 인정, 이에 대응하여 농업문제해결을 「지렛대」 삼아 위기를 극복하려는 것. 이번 예산은 계획지출을 크게 삭감, 제4차 5개년 계획에 의한 투자액을 60억「루피」나 줄였는데 그나마 작년부터 시작할 예정이었던 이 계획은 원조전망 등이 불투명하여 앞으로 3년 정도 「휴업」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뿐만 아니라 5월 1일부터 시행된 철강판매자유화와 경쟁적 운영을 위한 국영생명보험 회사의 분할안 등 계획경제체제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려는 움직임도 크게 일어나고 있다.

<아직도 많은 과제 남북문제에 영향>
물론 여당인 국민회의파에서는 여전히 무역의 국영화와 은행국유화 등 사회주의형 노선이 우세한 것과 『가난하기 때문에 가난에서 탈출할 기력을 잃고있다』는 인도의 경제풍토로 보아 현실적인 정책전환에는 많은 과제들이 남아있다. 그러나 허다한 곤란을 뚫고 서서히 태동하는 전환작업은 인도의 경제 건설을 주시하는 저개발국들에 어떤 형태로든 큰 영향을 미칠 것이 틀림없으며 내년에 열릴 「유엔」무역개발 회의에서 인도가 특혜관세의 중점을 종래의 공업 제품이나 반제품에서 1차 산품으로 옮기려할 때 인도의 정책전환은 남북문제에까지 영향이 확대된다고 볼 수 있다.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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