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기업 99.5%가 중소기업 … 이들이 법인세 55% 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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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와 세계경제연구원이 공동 주최하고 KB금융그룹, 독일 아데나워재단이 후원하는 ‘중견기업 육성: 독일의 경험에서 배운다’ 국제 콘퍼런스가 지난 11~1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히든 챔피언’이라 불리는 세계적 경쟁력의 중견기업들을 통해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 안정적 복지라는 경제의 선순환을 달성한 독일의 경험을 공유하자는 취지로 마련한 행사다. 새 정부의 중견기업 육성 의지와 맞물려 이틀간 300여 명의 국내외 기업인, 경제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성황을 이뤘다.

 “독일 경제에서 미텔슈탄트(mittelstand·중소기업)는 전체 기업의 99.5%, 일자리의 71%를 차지한다. 또 법인세의 55%를 내 대기업보다 국가 재정에 대한 기여도가 크다. 한마디로 고용과 기술·세금 등으로 독일 경제를 떠받치는 주춧돌이다. 기업가들의 열정과 정부 정책이 시너지를 낸 결과다. 바로 여기서 ‘히든 챔피언’들이 배출된다.”

 미하엘 보이보데 독일 만하임대 중소기업연구센터 소장은 ‘히든 챔피언 현황과 정책적 시사점’ 주제발표를 통해 독일의 선순환적 산업 생태계를 이같이 설명했다. 보이보데 교수는 ‘히든 챔피언’ 개념을 처음 제시한 헤르만 지몬 지몬쿠허&파트너스 대표와 더불어 중소기업 연구에서 세계적인 권위자로 꼽힌다.

 한국은 중소기업이 전체 기업 수의 99%, 고용의 88%를 차지는 점에선 독일과 비슷하다. 하지만 법인세 부담률은 10% 이하다. 부가가치 창출 능력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의미다. 보이보데 교수는 “독일에선 정부가 혁신과 경쟁을 촉진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데 정책 주안점을 둔다”며 “정부 보증이나 보조금 같은 정부의 과잉 지원은 중소기업의 체질을 약화시키고 효율을 떨어뜨렸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이보데 교수는 “글로벌 틈새시장을 찾아내 주력 분야에 전력하고 가족주의 문화에 입각해 장기적 관점으로 경영하는 것이 독일 히든 챔피언의 특장점”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청소장비 전문업체인 카처, 반도체용 접착제 업체인 델로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했다. 1935년 창업한 카처는 고압 세척기 분야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가진 기업으로 유명하다. 이 회사의 매출은 80년 1억 유로 수준에서 2011년 19억 유로(약 2조8000억원)로, 고용은 같은 기간 1400여 명에서 8700명으로 늘었다. 델로는 신용카드의 IC칩이나 반도체 등 접착제 분야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70%대를 자랑한다. 보이보데 교수는 “이들은 한 분야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쌓으면서 기술 혁신을 추구하고 차입 경영을 최소화해 글로벌 위기 때도 흔들림 없이 성장했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은 일자리 창출과 글로벌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 보이보데 교수의 조언이다. 독일은 일정 기간 고용을 유지하면 상속세 등에서 혜택을 주고 있다.

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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