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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조 재건시장 놓고 터키 독주 속 한·미 추격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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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8호 23면

이라크 비스마야 뉴시티 건설을 진행하는 한화건설 직원들이 최근 설계도면을 검토하고 공사현장을 체크하고 있다. [사진 한화건설]

한국 기업들의 이라크 진출이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이라크 내 외국인 상업활동(투자와 정부 프로젝트 수주 등) 건수는 미국이 31건으로 가장 많았다. 터키가 20건, UAE가 18건으로 뒤를 이었다. 한국과 일본ㆍ이란은 같은 기간 각 9건씩으로 5위를 기록 중이다. KOTRA 오영호(61) 사장은 “앞으로 5년간 이라크 재건 시장 규모가 2750억 달러(약 310조원)에 이를 것”이라며 “이 중 한국이 650억 달러(약 70조원)어치를 수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라크 전쟁 10주년 … 바그다드 가 보니

이라크 재건시장에 뛰어들려는 수주전이 한창이다. 올 들어 중국과 영국ㆍ독일ㆍ싱가포르ㆍ이집트 등도 바그다드에서 경제협력포럼을 열고 홍보에 열심이다. 이라크 재건시장을 뒷받침하는 건 막대한 오일달러다. 이라크는 원유 매장량 기준 세계 5위 국가(1431억 배럴)다. 올해 원유판매 수입은 1250억 달러(141조163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라크가 2020년까지 일일 원유 생산량을 880만 배럴로 늘릴 것으로 추정한다.

테러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시장성을 키우고 있다. 2011년 이라크 내 외국인들의 상업 활동 규모는 557억 달러(62조9000억원)였다. 극도로 치안이 불안했던 2005년엔 12억 달러(1조3550억원)에 그쳤었다.

전력·의료·통신 분야서 경쟁 치열
오일머니 덕에 이라크 정부가 쓸 수 있는 돈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이라크 세출 예산은 1100억 달러(124조2200억원)가량. 올해는 그 규모가 1400억 달러(158조1000억원)로 13.6%나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침체로 세수가 줄고 있는 서방국가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이 덕분에 최근 3년간 400억 달러(45조1720억원) 정도였던 재건사업 규모도 올해부터 매년 600억 달러(67조758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재건사업의 폭도 넓어진다. 황의태 KOTRA 바그다드 관장은 “이라크 정부가 최근 3년간 원유ㆍ가스 생산량을 늘리는 데 주력했지만 앞으로는 사회 인프라 건설로 개발분야를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게 주택사업이다. 이라크 정부는 앞으로 100만 가구가량을 새로 지을 계획이다. 지난해 한화건설이 따낸 10만호 주택건설 사업인 비스마야 프로젝트(수주액 80억 달러)가 그 일부다. 원유와 가스 부문에도 연 160억 달러(18조680억원)를 더 투자하기로 했다. 전력난 완화를 위해 전력사업에도 해마다 180억 달러를 쏟아 붓는다. 이를 통해 이라크 정부는 지난해 8700㎿였던 전력 생산량을 2016년까지 2만2500㎿로 늘릴 계획이다. 보건의료에도 거액을 투자한다. 앞으로 5년간 35억 달러를 들여 대형 종합병원 30곳을 새로 세울 계획이다. 한국 기업들이 강점을 가진 전자정부 도입, 통신망 구축 등 IT 관련 사업에도 연 35억 달러를 투자한다.

재건시장의 선발주자는 터키다. 실제 이라크 바그다드 쇼핑센터에는 터키산 제품이 대세다. 현재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지역에만 1000여 개의 터키 기업이 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에만 터키의 대이라크 수출액은 108억 달러(약 11조2930억원)였다. 건설 분야 진출도 활발하다. KOTRA에 따르면 터키는 그동안 이라크 정부가 발주한 병원ㆍ도로ㆍ발전 등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의 50%가량을 가져갔다. 특히 중소형 주택과 병원ㆍ발전소 건설에서 한국과 경쟁하고 있다.

지난해 이라크가 발주한 전력 관련 1ㆍ2위 건설 프로젝트는 모두 터키 기업인 칼리크 에너지의 몫이었다.

한화건설, 80억 달러 주택 단지 수주
하지만 최근엔 이라크와 정치적 갈등 때문에 ‘터키 세(勢)’가 주춤한 상황이다.

터키가 주춤한 사이 한국 대기업들이 발 빠르게 이라크 시장을 두드린다. 한국 기업들은 2006년부터 상대적으로 안정된 쿠르드 지역에 진출하기 시작해 지난해까지 62건, 4억5100만 달러(약 5100억원)를 투자했다. 한화건설을 선두로 현대ㆍGSㆍ대우건설 등 총 12개 건설업체가 바그다드와 바스라에 진출했다. 한국석유공사는 쿠르드 자치정부로부터 채굴권을 확보했다. 한국가스공사도 이라크 중앙정부로부터 바그다드 부근 가스탐사권(아카스 가스전)과 원유개발 지분권 등을 따놓은 상태다. 한화건설은 80억 달러 규모의 비스마야 주택단지(10만호 규모) 공사를 수주했다. 공사가 본격화하면 최대 2만 명가량의 일자리가 생겨 국내에서 인력 송출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한화건설 이근포 사장은 “이라크인들이 한국에 호감을 가진 데다 기술력에 대한 평판도 좋다”며 “규모가 두 배 가량인 2차 수주전에는 이라크 고위층과 네트워킹이 두터운 김승연 그룹 회장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5월 바그다드 인근 웨스트크루나 유전 플랜트 설비를 19억 달러(2조1470억원)에 가져왔다. STX 중공업도 10억 달러 규모의 화력발전소 공사를 수주했다.

문제는 재건사업 프로젝트를 둘러싼 국가ㆍ기업 간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오랜 기간 이라크에 전비를 쏟아 부은 미국이 적극적이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원유ㆍ가스 개발과 건설감리, 국방 IT통신에 공을 들인다. 석유 메이저인 엑손모빌은 이라크 최대 유전인 ‘웨스트크루나1’의 지분 60%를 확보했다. 미국의 건설 엔지니어링사인 힐 인터내셔널은 이라크 정부가 발주하는 건설 감리분야 프로젝트 중 30% 이상을 수주한다. 유럽연합(EU) 소속 국가들은 발전소와 변전소ㆍ고속도로 건설 등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에 뛰어들고 있다. 주로 국가 간 컨소시엄을 만들어 진출하는 게 특징이다. 최근 영국의 AHH사와 덴마크의 SEMCO Maritime이 컨소시엄을 만들어 5억 달러짜리 발전소 공사를 따낸 게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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