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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어려운 이웃 돕는 변호사가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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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열심히 산다면 이루지 못할 일은 없습니다."

29일 발표된 서울대 2003학년도 정시모집에서 법학과에 합격한 손위용(50.울산시 신정동)씨는 합격 소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손씨는 두 다리가 없는 중증 장애인이다. 고교 시절 열차 사고를 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힘겨운 생활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았고 고교 중퇴 30여년만에 대학생이 됐다.

초.중학교 재학 시절 수재 소리를 듣던 손씨는 1969년 명문 부산고에 입학했다. 어머니가 생계를 꾸려가야 하는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부산에 방을 구하지 못했던 그는 울산과 부산을 오가는 동해남부선 열차를 하루 5시간씩이나 타야 했다.

매일 새벽 4시50분 울산역을 출발, 부산진역에 7시15분에 도착하는 열차통학을 하기위해 새벽 4시면 집을 나서고 밤 10시가 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단 한번도 결석을 하지 않았고 성적도 최상위권을 유지했다고 한다.

항상 발디딜 틈이 없이 비좁은 열차 안에서 매일 예습과 복습을 한 덕분이었다. 가난을 빼곤 아쉬운 것이 없었던 손씨의 운명은 고교 2학년 때 불의의 사고로 뒤바뀌고 말았다. 폭우가 내리던 7월 어느날 막 출발한 기차에 올라타려다 미끌어지면서 기차에 치였고 결국 다리를 절단해야 했던 것.

1년간 휴학 끝에 자퇴서를 낼 수밖에 없었던 손씨는 그해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과정을 마쳤지만 생계가 막막했다. 성하지 못한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생각해낸 일은 동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

손씨의 성실한 수업태도는 금방 소문이 났고 새벽부터 밤 늦도록 1백여명의 학생들을 가르칠 정도로 유명 강사가 됐다. 덕분에 가정 형편도 나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과로 탓에 건강이 나빠졌고 모아 놓은 돈은 고스란히 치료비로 써야 했다. 아내와 세 딸의 지극한 간호로 건강을 되찾고 93년엔 주변의 도움으로 금은방을 열었기도 했지만 부도를 맞으면서 집까지 경매에 넘어가는 어려움도 겪어야 했다.

장애인용 오토바이에 넣을 기름을 살 수 없을 정도로 궁핍한 생활에도 손씨는 좌절하지 않았고 다시 과외를 시작, 돈을 모았다. 그리곤 생활이 안정되자 "더 늦기 전에 대학생이 되고 싶었던 꿈을 이루라"는 딸들의 권유를 받아들여 2년간의 공부 끝에 장애인 특별전형으로 서울대에 지원했다.

대학생활을 위해 20년 넘게 사용하던 낡은 의족을 최근 바꿨다는 손씨는 "변호사가 돼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울산=김상진 기자 <daed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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