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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주 시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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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중동의「가자」지구에 주둔하는 유엔군은 18일 하오4시 일제히「유엔」기를 내렸다.
아랍연합과「이스라엘」의 틈바구니에서 지난 10년 동안 펄럭인 그 깃발은 열전의 냉동기 역할을 했었다. 이제 하기 식과 함께 유엔군은 철수를 시작했다.
평화가 깃들인 것은 아니다. 아랍 연합과「이스라엘」은 어느새「최대한의 전시태세」로 긴장하고 있다.「유엔」없이 피부로 맞서게 된 것이다.
아랍연합과「이스라엘」은 냉전과 열전이 뒤섞인 만성적 전쟁상태를 19년이나 이끌어 왔다. 지난 한달 동안에도「시리아」는「이스라엘」과 1천회가 넘게 토닥거렸다. 국경침범, 「게릴라」잠입, 지뢰부설, 군용기의 영공침해 등.「시리아」는 아랍연합과 작년 11월이래 방위 협정을 맺고 있는 사이.
성경시대 70년을 제외하고는 l천9백년 동안이나 유태인은 유랑생활을 해왔다. 이른바 「시오니즘」은「솔로몬」왕국을 명상하는「유태」인의「이스라엘」창건운동이다.「히틀러」의 박해와 제2차 대전 속에 그「시오니즘」은 전세계「유태」인의 성원을 받았다. 중동의 막대한 석유이권을 안고 서구는 그 운동을 부채질하는 입장이었다.
미국의 정책형성에 있어「유태」계의 유권자나 언론인·금융가들이 미치는 압도적인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전후「이스라엘」의 고토에 돌아온 유태인은 무려 1백만 명을 헤아린다. 1천 수백년 동안 그 땅에서 조국인양 살아온 아랍 주민들은 유태인 물결에 압살 당할 지경이었다. 역시 1백만 명이 넘는 아랍인이 주변으로 쫓겨났다. 그런 과정에서「이스라엘」이 서구의 원조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 그보다도「이스라엘」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아랍과 서구의 관계를 규정한다.
대부분의 아랍인들은 그들을 해치고, 그들의 경제적 발전을 억누르기 위해 고의로 아랍제국의 한복판에「이스라엘」이라는 서구의 화약고가 들어앉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과민한 민족주의자들인 아랍인들은 종주격인「나세르」에게까지 대들고 있다. 유엔군의 주둔은 『「이스라엘」과의 공모가 아니냐』고. 이번에「유엔」기를 끌어내린 것은 바로「나세르」의 입(구)을 크게 하기 위한 선전수단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긴장을 전쟁으로 해소시키려는 호전 무드는 유엔의 평화주 시세를 자꾸 폭락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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