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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가을까지 웃느냐, 가을이면 우느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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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LG 트윈스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마지막 해는 2002년이다. LG의 신바람 야구는 10년 넘게 ‘가출’ 중이다. 올해는 달라질까. 일단 출발은 나쁘지 않다. 사진은 봉중근이 5일 두산전에서 승리를 확정 지은 후 주먹을 불끈 쥔 모습. [김민규 기자]

프로야구 김기태(44) LG 감독은 시즌 개막에 앞서 “올해는 꼭 큰 선물을 드리겠다. 유광점퍼를 사두셔도 된다”고 말했다. 반질반질 광이 나는 유광점퍼는 날씨가 쌀쌀할 때 LG팬들이 즐겨 입는 아이템이다. 김 감독의 말은 LG 팬에게 ‘가을 야구(포스트시즌 진출)’를 선물하겠다는 각오다. 이번엔 LG를 믿어도 될까.

 LG는 9일 잠실에서 열린 홈 경기에서 NC를 상대로 9-5로 재역전승했다. 4회 초 3-4로 역전당하자 4회 말 양영동·이진영·박용택의 적시타로 경기를 뒤집었다. 이로써 LG는 개막 후 8경기에서 5승3패를 기록, 두산·넥센과 함께 공동 3위를 기록했다. 최하위 NC는 개막 후 6연패에 빠졌다.

 LG는 지난해까지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시즌 초반 잘나가다 중반부터 곤두박질치는 패턴을 반복하며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는 오명도 뒤집어썼다. 지금도 팬들 사이에선 “LG가 잘하는 것 보니 봄은 봄이다”라는 자조가 나온다. 분명 좋아진 부분이 있지만 여전히 문제점도 많은 게 LG의 현실이다.

 ◆‘바람’ 탄 게 아니다=LG는 지난해보다 전력이 세졌다. 프리에이전트(FA)로 풀린 투수 정현욱을 영입해 불펜진을 보강했고 삼성과 3대 3 트레이드로 포수 현재윤, 내야수 손주인, 투수 김효남을 데려와 포지션별 약점을 적절하게 메웠다. 이전까지 대부분 실패했던 LG의 FA 영입과 트레이드 시도가 이번엔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다.

 LG는 지난겨울 우규민과 임찬규 등 일찌감치 토종 선발진을 확정해 로테이션의 틀을 잡았다. 투수 박현준과 김성현이 경기조작 사건으로 유니폼을 벗었고 FA로 외야수 이택근, 포수 조인성, 투수 송신영을 잃어 최하위 후보로 거론됐던 지난해와 다르다. 지난해 초반 리즈가 잠시 맡아 시행착오를 겪었던 마무리 투수는 부상에서 회복한 봉중근이 나서고 있다. 몇몇 전문가는 LG가 올해 4강에 진출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지난 8경기에서 나타난 LG의 경기력은 크게 나무랄 데가 없었다. 현재윤이 주전 포수로 활약하며 마운드를 리드했다. 정주현과 문선재 등 새 얼굴이 등장해 알찬 활약을 펼쳤다. 정현욱이 합세한 불펜진은 4세이브·10홀드를 합작하며 승리를 지켰다.

 ◆아직도 ‘물음표’는 있다=관건은 역시 위기관리 능력이다. 시즌 초반 그런대로 잘하고 있긴 하지만 “LG가 확 좋아졌다”고 칭찬받을 만큼은 아니다. 4일 넥센전은 수비 실책과 미숙한 베이스러닝으로 3-4로 졌고, 7일 두산전에선 수비 실책으로 4-5 역전패를 당했다. LG의 실책은 10개로 NC(12개)에 이어 2위다. 작은 싸움에서 무너져 큰 승부를 놓치는 LG의 고질병은 아직 완치되지 않았다.

 LG는 NC와의 3연전이 끝나면 12일부터 한화와 다시 3연전을 벌인다. 이번 주를 잘 넘긴다면 5월 이후까지 치고 나갈 수 있다. LG 팬들의 염원은 ‘희망고문은 이제 그만’이다.

 ◆한화는 개막 후 8연패=한화는 대구 삼성전에서 선발 유창식이 1회 6실점하면서 2-8로 졌다. 개막 후 8연패. SK는 인천에서 선발 세든의 8이닝 무실점 호투를 앞세워 넥센을 2-0으로 이겼다. 광주에서는 두산이 4-4이던 8회 양의지·고영민·민병헌이 각각 홈런을 터뜨린 데 힘입어 KIA를 11-4로 크게 눌렀다.

글=김우철 기자
사진=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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