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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 ‘전설의 주먹’ 황정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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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황정민은 ‘전설의 주먹’에서 매끈한 복근을 보여준다. “3개월간 금주하고, 윗몸 일으키기를 하루에 1000개씩 했다”며 “연기보다 복근 만드는 게 힘들었다”고 말했다. [김경빈 기자]

영화배우 황정민(43)은 관객의 머릿속에 남아있는 예전 캐릭터를 말끔히 지워버린다. 현실에 없을 것 같은 순정남 석중(‘너는 내 운명’)부터 극악무도한 조폭 백 사장(‘달콤한 인생’)까지, 극단의 캐릭터를 가뿐하게 오간다.

 동일한 역할도 새롭게 표현해낸다. ‘바람난 가족’(2003)과 ‘댄싱퀸’(2012)에서 같은 변호사를 연기했지만, 연기의 결은 달랐다. 최근 흥행작 ‘신세계’에선 비열함 자체였던 ‘달콤한 인생’ 백 사장에 의리라는 덕목을 얹은, 새로운 조폭 정청을 빚어냈다.

 그가 ‘충무로 승부사’ 강우석(53) 감독의 19번째 작품 ‘전설의 주먹’(10일 개봉)에서 어릴 적 챔피언의 꿈을 이루기 위해 링에 오르는 40대 가장 임덕규로 변신했다.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고교 시절 복싱 유망주였던 덕규는 국수집을 하며, 홀로 딸을 키우는 평범한 아빠다. TV 파이트쇼에서 학창 시절 주먹 친구들이었던 대기업 부장 이상훈(유준상), 3류 건달 신재석(윤제문)과 만나 2억원의 상금을 놓고 맞붙는다. 그는 “영화를 찍으며, 40대 남성의 비애를 느꼈다”고 말했다.

 -액션신이 실감난다. 직접 했나.

 “격투기는 실제로 해야 연기가 산다. 맞는 것보다 때리는 게 훨씬 힘들었다. 강 감독이 ‘액션에 드라마를 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링에 오르기 전에 진행자가 이름을 외치는데, 로마시대 검투사가 된 기분이었다.”

 -중년 남성의 비애가 느껴지는데.

 “대결 장면보다 덕규가 링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보여주는 게 더 중요했다. 세 인물이 링에 오르는 사연은 각각 다르지만, 중년 남성으로서 느끼는 애환은 똑같다. 덕규는 내가 지금껏 맡은 역할 중에서 내 자신과 가장 가까운 인물이다. 나이도 똑같고 성격도 비슷하다. 나는 이른 아침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중년의 애환을 달랜다.”

 -덕규는 ‘신세계’의 정청과 달리 현실적인데.

 “원래 현실에 있을 것 같은 캐릭터를 좋아한다. ‘너는 내 운명’의 석중보다 ‘행복’의 영수를 더 좋아한다.”

영화 ‘전설의 주먹’ 속의 황정민.

 -덕규와 달리 당신은 꿈을 이뤘다.

 “10년간 이를 악 물고 연기했다. 잘 한다는 말을 들어도 더 잘하려고 자신을 채찍질했다. 지금도 촬영장에 늘 1시간 일찍 나간다. 마흔이 되니까 ‘연기 잘하는 거 사람들이 다 아니까, 힘주지 말고 즐기자’란 생각이 들더라. 연기도 한결 편해졌다.”

 -학창 시절이 궁금하다.

 “계원예고 연극영화과에 다녔다. 연극에 미쳐 있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이나 예술사 책을 읽었다. ‘예술이 공부보다 우월하다’는 겉멋에 취해 예술가의 앞날을 고민하곤 했다. 돌아보면 창피하다. 중학교 때 덕규처럼 권투를 배우던 학교 ‘짱’에게 얻어터진 적이 있는데, 그 친구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다. 그런 궁금증이 이 영화의 출발점이다.”

 -아직도 못 이룬 꿈이 있나.

 “아버지가 되니까, 아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를 찍고 싶더라. 전체 상영가 영화 말이다.”

 -차기작 ‘남자가 사랑할 때’(가제)에서도 조폭이다.

 “처음으로 진정한 사랑에 빠지는 삼류 양아치다. 원래 멜로 영화를 좋아한다. 같은 직업이라도 상황과 이야기가 다르면 또 다른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조폭 역할이 더 들어와도 상관없다.”

 -뮤지컬 ‘어쌔신’ 연출도 맡았다. 욕심이 많다. 영화 연출은 관심 없나.

 “영화가 연극·뮤지컬보다 훨씬 어렵다. 영화 연기는 더 디테일해야 한다. 영화는 어려워서 재미있고, 무대는 자유로워서 재미있다. 무대 연출은 계속하고 싶다. 연기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영화 연출은 생각이 없다. 그건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글=정현목·장성란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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