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합병증 조기 발견·관리 가능한 원스톱체제 구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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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 길병원 내분비센터 김병준 교수가 당뇨병 환자의 신경 손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발에 미세한 전기자극을 주고 있다. [사진 가천대 길병원]

당뇨병이 무서운 것은 합병증 탓이다. 뇌졸중·심근경색증·신부전증·당뇨발·망막질환 등 심각한 문제가 도미노처럼 발생한다. 혈당 수치가 높으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뻗어 있는 모든 혈관을 손상시키기 때문이다. 당뇨병 관리에 소홀하면 실명이나 발 절단, 사망위험이 높다. 더 큰 문제는 당뇨병 환자의 절반 이상이 합병증 조기진단과 치료시기를 놓친다는 점이다.

최근 가천대학교 길병원이 본관 3층을 리모델링해 당뇨내분비센터를 오픈했다. 이곳은 당뇨병 합병증 위험을 초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길병원 당뇨내분비센터의 진료 시스템을 바탕으로 당뇨병의 효과적인 관리에 대해 소개한다.

치료제만 믿다간 합병증 위험 키워

당뇨병 때문에 출혈이 생긴 눈의 망막 혈관(왼쪽)과 건강한 혈관.

인천시 서구에 사는 주부 최미경(가명·37)씨. 한 달 전부터 무기력하고, 손발이 저려 집 근처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당뇨병이었다. 인슐린 주사와 당뇨병 치료제를 처방받았다. 하지만 4주가 지나도 혈당 수치는 떨어지지 않았다. 식사 2시간 후 혈당은 140㎎/㎗ 미만이어야 정상이다. 200 이상이면 당뇨병이다. 최씨의 혈당은 약을 복용해도 330까지 올라갔다. 당뇨병 합병증이 걱정인 최씨는 가천대 길병원 당뇨내분비센터를 찾았다. 최씨 주치의인 내분비대사내과 박이병 교수는 “당뇨병은 종합백화점 같은 질환이어서 치료제만으로는 관리에 한계가 있다”며 “지속적인 검사와 식사·생활요법 교육이 병행돼야 합병증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길병원 당뇨내분비센터는 다른 병원과 차별화됐다. 당뇨병 진단과 치료제 처방에 그치지 않는다. 당뇨내분비센터 김광원 센터장은 “센터 한 곳에서 심각한 당뇨병 합병증을 조기에 발견해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원스톱 진료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당뇨내분비센터는 혈관합병증·신경병증·망막·초음파 검사실과 교육실을 운영한다. 특히 내분비내과 전문의 8명이 정밀한 진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각 검사실에서 합병증 위험이 발견되면 안과·외과·신경과 등과 협진해 신속하게 치료한다.

혈관합병증 검사실은 당뇨병 때문에 나타난 전신의 혈관 문제를 찾는다. 당뇨내분비센터 김병준 교수는 “혈관이 망가지거나 좁아지면 팔·다리 혈압이 다르다. 맥압검사로 혈관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보호자 위한 무료교육도 실시

당뇨병은 작고 미세한 혈관부터 굵고 큰 혈관까지 모두 손상시킨다. 김병준 교수는 “미세혈관에 문제가 생기면 팔·다리 신경이 둔하고, 상처가 잘 낫지 않는다. 손상된 신경은 다시 회복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특히 발에 상처와 염증이 생기면 발을 잘라내야 하는 당뇨발로 이어질 수 있다. 미세혈관은 콩팥과 눈의 망막에도 분포한다. 신체에 노폐물이 쌓이고, 고혈압·빈혈·부종이 발생하는 신부전증 원인의 절반은 당뇨병이다. 시신경이 있는 망막혈관이 터지거나 막히면 실명할 수 있다.

신경병증 검사실에선 팔·다리에 미세한 전기자극을 줘 신경손상 여부를 진단한다. 망막 검사실에선 눈의 혈관 변화를 관찰해 출혈 위험이 있는 것은 레이저로 미리 치료한다.

굵은 대혈관에 문제가 생기면 사망위험이 커진다. 김병준 교수는 “당뇨병으로 인한 사망 원인은 대부분 대혈관 합병증 때문에 발생하는 심뇌혈관질환”이라며 “당뇨병이 있으면 뇌졸중·심장질환 위험이 몇 배 높다”고 덧붙였다.

초음파 검사실에선 심뇌혈관 문제의 가늠자가 되는 경동맥을 진단하다. 목에 있는 경동맥은 심장에서 뻗어 나와 뇌로 이어지는 혈관이다. 초음파 검사 결과 경동맥이 좁으면 심뇌혈관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당뇨병은 생활습관 병이다. 합병증 없이 건강을 유지하는 답은 식생활습관 개선에 있다. 길병원 당뇨내분비센터는 환자와 가족을 위해 당뇨병 교실·영양 상담실을 운영한다. 김광원 센터장은 “당뇨병 치료의 반은 환자 교육에 있다. 환자에게 합병증 위험을 알리고 평생 당뇨병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길병원 당뇨내분비센터는 매주 수요일 오전 당뇨병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무료 교육을 진행한다.

황운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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