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선거와 여·야 대전의 한계|국가경륜건 국민적 토론의 때는 왔다 - 홍종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정책과 책임>
여·야를 대표하는 공화당과 신민당의 대통령 후보가 대도시로 선거연설에 나서면서 대통령 선거전은 이제 전국적으로 새로운 충동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공화당의 박정희 후보의 전국방송망에 의한 선거연설과 신민당 후보 윤보선씨의 부산유세의 연설요지로 보이는 글이 신문지상에 동시에 발표되자 종래의 어느 때 보다도 여·야 두 정당의 성격과 그 위치, 방향이 더 선명히 나타났다고 할 것이고 이에 따라서 국민의 대통령 선거에 임하는 태도도 한 층 더 적극적이며 긴장된 자세를 가지게 되는 듯 싶다.
선거전의 막을 올리면서 어른답지 않은 인신공격 등으로 국민의 실망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선거분위기는 한숨 돌린 듯하다. 두 후보가 국가 경영의 경륜을 내걸고 이 나라 이 민족이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느냐 하는 국가흥망의 과제를 내걸고 국민적 토론을 전개함에 이르러 양대 여·야 정당의 근본정책과 그 책임이 무엇이며 또 대통령 후보의 인품과 그 신조가 어떤 것이냐 하는 것이 새로운 토론과제로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투표까지 불과 두 주간을 남겨두고 여·야의 선거전은 더욱 열을 올리며 쌍방의 비판, 폭로, 국민대중을 흡수하려는 설득, 선전의 공작은 자못 치열해가며 곳에 따라서는 어떤 험악한 사태가 벌어지지나 않겠느냐 하는 염려도 없지 않다. 그럴수록 여·야의 지도자들은 그 정당의 맹예와 이 나라 정치의 새로운 전통을 위하여 끝까지 정정당당히 싸우되 통솔의 신중을 저버리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사심없는 토론>
비록 선거전은 어떤 험악한 대립의 양상이 나타난다하더라도 여·야의 싸움에는 언제나 스스로 한계를 가져야 하는 것이다. 국회에 자리를 같이하고 두 나라 아닌 한 나라의 국사를 토론하되, 언제나 미흡한 대로 원만한 결론을 얻어야 하는 책임을 가지는 때문인 것임은 더 말할 것 없을 것이다. 대립된 논전은 분열과 파탄을 뜻하는 것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보다 훌륭한 방안을 얻기 위한 사심 없는 토론에 뜻이 있음은 마치 한 가정의 부부나 형제간의 관계와도 비길 수 있을 것이다.
일찍이 태평양전쟁 중에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실패한 공화당의 후보 「윌키」 당수가 「루스벨트」 대통령의 특사로 중국의 중경, 소련의 「모스크바」 등지로 분주히 날아다니던 예도 들 수 있고, 또 영국의 보수당 영수 「처칠」과 노동당의 「애틀리」는 서로 그림자 같은 사이이기도 했다. 전쟁이 구라파에서 끝나며 「포츠담」회의가 열릴 때는 「처칠」이 수상으로 정대표였고 「애틀리」는 야당대표로 부대표격이었으나 회의도중에 총선거를 치르고 다시 회의에 참석할 때는 「애틀리」 수상 밑에 「처칠」은 부대표격으로 회의에 참석했던 것이다. 또 최근까지 월남에 대사로 있던 「헨리·캐보트·로지」는 공화당의 혁혁한 지위에 있었으나 민주당 정부의 「케네디」 대통령의 간청으로 월남에 대사로 부임하여 수 년 지냈던 것이다.
「아이젠하워」 대통령과의 접전에서 두 번 실패했던 민주당의 「아들라이·스티븐슨」씨는 선거전 후 민주당 어떤 지구대회에서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미국의 대통령이다. 공화당만의 대통령이 아니고 국민의 대통령이요, 또 민주당의 대통령이기도 한 것이다. 우리들이 다같이 존경치 않아선 아니 될 미국의 대통령을 우리들 민주당원들이 또 다같이 존경하여야 함은 우리들 미국 국민 된 명예일 것이다 라고 말한 바 있음을 나는 아직 기억한다.

<여당의 「수족」>
그런데 지금 한 가지 염려스러운 것은 우리 행정부의 독립성이 어느 정도의 것이냐 하는 점이다. 행정부의 공무원이 모두 공화당의 수족인 것처럼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공화당에서나 정부의 장관들이나 또 공무원들 자신들도 그렇게 여기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거의 부인치 못할 사실이라고 할 것이다. 이는 피하기 어려운 일이라고도 할 것이나 자못 마땅치 못한 일임에 틀림없는 것이다. 지금 정부에서는 장관들을 비롯한 중앙청의 요직에 있는 공무원, 또 지방 행정청의 간부들이 「행정독려」라는 명칭으로 많이 지방에 나다니고 있다고 전하고 있고 이에 대하여 야당으로부터는 공무원의 선거운동이라고 공박하고 있다.
국무총리는 이에 대하여 선거에 상관없이 행정독려에 그칠 뿐이라고 하면서 「독려」는 필요에 따라 계속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이에 대하여 확실한 판정을 내리기는 어렵다. 그러나 지금까지 행정부의 공무원들은 마치 여당의 수족이나 다름없는 위치에 있지 않았느냐 하는 점은 누구나 부인키 어려운 일인 이상 행정부의 독립성과 공무원의 위치에 관하여 정부는 좀 더 뚜렷한 태도표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선거의 공명을 위해서 더욱 그렇다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