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공업 「센서스」의 실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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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늘부터 220일간에 거쳐 경제기획원과 한국산업은행 공동으로 전국에 걸쳐 광공업 「센서스」가 실시된다. 「센서스」란 전수 조사를 뜻하는 것으로 이번 조사 대상은 종업원 5사람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광업과 제조업 사업체 2만5천 업체에 이를 것이 예상된다.
광공업「센서스」는 국세조사, 농업「센서스」와 더불어 가장 기본적인 자료를 얻기 위한 것으로서 「유엔」에서도 적어도 5년에 한번은 실시하도록 각 국에 권고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최초에 한국은행이 이를 실시한 이래 한국 산업은행이 이를 이어 받아 2년 또는 3년의 간격을 두고 세 차례에 걸쳐 실시한 실적을 가지고 있다. 원래「유엔」의 광공업 「센서스」의 해인 69년에 실시할 예정이던 것을 돌연히 앞당겨 번에 조사하게 된 것은 1차 5개년계획의 결과로 산업이 어떻게 변모하였는가를 평가하는 동시에 2차 5개년 계획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보다 새로운 자료를 얻자는 데 그 직접적인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각 업체의 고용 생산액 출하액 재고액 유형 고정자산 등에 31개 항목을 조사하게 되며 전국에 7백90명의 조사원을 배치하는데 이 조사에 소요되는 자금은 약2천만원에 달한다.
근래 갖가지 조사가 빈번히 실시되고 그 결과로 얻는 통계자료의 이용이 제법 활발하다. 이것은 국민생활에 직접 영향을 주는 정부의 시책이 더욱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정책의 수립과 실천에 있어서 과학적 근거가 불가결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민간에서도 기업운영 기타에 이들 자료를 이용하는 풍조가 높아가고 있는데 정부 및 민간의 이와같은 경향은 근대화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수자에 대한 일반의 신앙에 가까운 신뢰를 역이용하여 이들 수자를 왜곡하거나 또는 자기 입장에 편리하게 수자를 취사 선택하여 과학을 참칭하는 장식물로 악용되는 예가 없지 않다. 이것은 통계수자 전반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것으로서 심히 유감된 일이다. 이와 같은 사업에 소요되는 많은 인원과 적지않은 경비를 생각할 때에도 그 정확성과 신빙성이 강조되어야 할 것은 물론이다.
다음으로는 이에 임하는 조사원과 피조사자의 태도이다. 8백명에 달하는 조사원의 대부분은 일반적인 고용인이어서 때로는 무책임한 기인에 시종할 우려가 없지 않으며 수많은 피조사자 역시 정부의 번거로운 간섭의 하나로 잘못 인식하고 과세 등에 대한 영향을 두려워 하여 의식적으로 기피 또는 부실 보고하는 경향도 없지 않을 것이 예상된다. 그들의 각성을 촉구하고 금후의 협력을 얻기 위하여서도 이것이 조사목적 이외에 악용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이와 같은 조사가 빈번하여 짐에 따라서 각종 기관에서 유사한 조사를 반복하는데서 오는 물적 또는 시간적 낭비를 초래하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할 것이다.
최근 각종 조사의 계획적이고도 종합적인 조정에 노력하고 있는 흔적을 찾아 볼 수 있으나 아직 관계 기관의 업적 경쟁으로 필요이상의 중복되는 점이 없지 않고 피조사자로 하여금 조사의 번거로움에 염증을 느끼에 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예가 허다하다.
이번의 광공업 「센서스」 실시에 즈음하여 위와 같은 모든 우려가 기우임을 증명하는 모범적인 조사가 되기를 기대하여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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