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국 인해전술에 두 손 든 애플 … 제품 보증기간 1년 → 2년 연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인해전술’을 앞세운 중국의 제품 보증 압력에 애플이 굴복했다. 애플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1일(현지시간) 중국어로 된 사과문을 중국 웹사이트에 올렸다. 애플 제품에 대한 중국 내 보증 정책이 잘못됐다고 인정하고 이를 시정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발단은 지난달 15일 관영 CC-TV가 보도한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에서 비롯됐다. 중국 법은 공산품 보증 기간을 2년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애플이 이를 무시하고 1년밖에 보증을 해주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하자 있는 제품조차 교환해주지 않은 건 물론 수리비에 바가지까지 씌웠다.

 그러나 애플은 꿈쩍도 안 했다. 오히려 애플 매장에 취재 간 중국 기자들을 문전박대했다. 그러자 다른 관영 매체가 바통을 이어받았고 인기 스타들까지 애플 때리기에 가세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유례없는 애플의 오만함을 단죄하자’란 제목의 사설까지 게재했다. 중국 상무부도 외국 기업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맞장구쳤다.

 결국 애플이 무릎을 꿇었다. 쿡 CEO는 사과문에서 그동안 미국과 비교해 차별해 온 보증 정책를 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자 제품은 새걸로 바꿔주고 보증 수리 후에도 새로 1년간 하자 보증을 해주기로 했다.

 미국 정보기술(IT) 업계에선 중국의 파상공세에 대해 뭔가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인기 스타들이 CC-TV 보도가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비난 공세를 퍼부은 것부터가 수상쩍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공공기관을 표적으로 한 해킹 공격을 놓고 미·중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도 타이밍이 절묘하다.

 최근 미국 의회 일각에선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와 ZTE의 미국 내 사업을 규제하려는 움직임까지 나왔다. 이들 업체가 미국 기업에 통신장비를 납품하면서 은밀히 정보를 빼내 중국 정부에 넘기고 있다는 의심에서다.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 간판 기업 애플을 때린 것이란 음모론도 나왔다.

 지난해 애플의 중국시장 매출은 238억 달러로 1년 전보다 2.4배나 불었다. 중국은 애플에 제2의 시장으로 매출 비중이 15%에 이른다. 중국 정부의 의중이 무엇이 됐든 중국 소비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