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박근혜 정부의 첫 외교안보장관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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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박근혜 정부의 첫 외교안보장관회의가 어제 청와대에서 열렸다. 국방부·외교부·통일부·국정원 등 외교안보 관련 부처들끼리 현 안보 상황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정부의 대응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였다고 한다. 예정됐던 다른 일정을 뒤로 미루고 긴급 소집된 회의였던 만큼 북한의 동향과 관련해 뭔가 긴박한 사정이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관측도 있었지만 그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한 대통령의 심각한 상황 인식과 강력한 대응 의지를 과시하기 위한 회의였던 것으로 보인다. 비록 늦은 감은 있지만 대통령이 직접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잘한 일이라고 본다.

 북한은 지난 2월 3차 핵실험 이후 쉴 새 없이 위협의 강도를 높여 왔다. 정전협정 무효화 선언, 불가침 협정 폐기, 남북 간 군 통신선 차단, 전시 상태 돌입 선언에 이어 최후의 보루로 여겨져 온 개성공단 폐쇄까지 위협했다. 그동안 내뱉은 말만 놓고 보면 한반도는 이미 전시 상태나 다름없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터져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다. 엄중한 상황에서도 박 대통령이 냉정을 잃지 않고, 침착하고 차분한 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평가할 만하다. 가죽 점퍼 차림으로 청와대 지하 벙커에서 회의를 여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그제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북한이 도발한다면 일절 다른 정치적 고려를 하지 말고 초전에 강력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또 “직접 북한과 맞닥뜨리고 있는 군의 판단을 신뢰할 것”이라며 군에 힘을 실어줬다. 냉정하고 차분한 대응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북한의 도발에는 단호히 대응할 것을 군에 주문한 것은 적절한 조치로 보인다.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 미국은 첨단 핵전력을 총동원해 무력 시위를 벌이고 있다. B-52 전략핵폭격기가 한반도 상공에서 모의 핵탄두 투하 훈련을 하고, B-2 스텔스 핵폭격기와 F-22 최신예 전폭기까지 선보였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비해 최첨단 이동식 레이더기지인 SBX-1과 이지스구축함까지 한반도 해역으로 이동시켰다. 북한의 국지적 도발에도 한·미가 공동 대응하는 구체적 시나리오도 만들었다. 북한에 강력한 경고를 보내면서 동시에 한국을 안심시키기 위한 조치다. 이런 상황에서 도발한다는 것은 자살 행위다. 그럼에도 경험이 부족한 20대 젊은 지도자의 판단력을 과연 신뢰할 수 있겠느냐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어제 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도발 시 강력하게 응징하는 것이 필수적이지만 감히 도발할 생각을 갖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북한의 오판을 막는 것은 거칠고 강한 말이 아니라 철저하고 빈틈없는 행동이다. 군사·외교·정보 등 모든 분야에서 치밀한 조율과 철통 같은 대비로 안보에 한 치의 소홀함도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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