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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무드」의 명문화, 미·소 영사 협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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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국 상원이 지난 16일 66대28표로 3분의2선을 겨우3표 넘어, 가까스로 승인한 「미·소 영사협약」은 미·소 간 화해「무드」의 명문화로서 큰 역사적 의의를 지닌 것이다. 이 협약은 64년6월 미·소 양 국간에 조인됐었는데 2년9개월 동안 미국상원이 모른 체 다루지를 않아 지금까지 「사문서」가 됐었다. 이제 이 협약은 「존슨」대통령의 서명과 소련 측의 거의 확실한 비준을 거쳐 햇볕을 보게 됐고 1948년이래 단절되어온 미·소 양국의 영사관계는 다시 문을 열게 됐다.
이 협약을 보면 상대국의 영사 또는 고용원에 대해 ①형사재판권의 포기(제19조), 외교용 우편대의 사용(제18조)등 전면적인 외교특권을 인정하고 ②상대국에 체포 또는 구금된 자국민과 곧 면회 또는 원조하는 권리(제12조)를 인정하고 있는 것이 특색이다. 이 협약이 외교문서 자체로서는 다른 나라사이의 「영사협약」과 별다른 것이 없으나 역사적 정치적으로 크게 세계의 관심을 끄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 협약을 가리켜 「존슨」 대통령의 『동녘으로 향한 징검다리』 또는 『미·소 화해「무드」의 상징』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에코노미스트」지에 의하면 현재 미·소 양국 간의 현안문제로서는 ①우주평화이용조약 ②핵확산금지조약 ③「미사일」방위망의 동결교섭 ④동·서 무역의 완화 등이다.
「업저버」들은 이번 영사협약의 승인에 이어 우주조약이 미 상원을 통과할 공산이 크며 핵확산금지조약도 미·소 에 관한 한 어느 정도 양해가 되어 있다는 것. 다만 「동·서 무역」은 미국의회 내에 상당한 반대론이 있어 전망이 뚜렷하지 못하고 「미사일」건은 기민한 군사문제여서 아직은 「노·터치」-.
그러나 지난 한해동안 미·소 양국 간에는 미·소 문화협정이 체결된 것을 비롯, 「모스크바」∼「뉴요크」공로교섭이 타결되고 우주조약에 합의했으며 핵확산금지조약의 교섭이 진전된 것을 보면 미·소 양국의 협조는 그 어느 때보다 고조돼 있는 것이다.
「존슨」대통령은 작년10월7일 「뉴요크」에서 「동과의 평화적 협력」을 제창한 연설에서 은근히 소련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우리들의 목표는 냉전을 끌어나가는 것이 아니고 끝내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에코토미스트」지는 『미국은 독일과의 관계보다 소련을 우위에 두며 「유럽」에 있어서의 현 상태를 그대로 지속시키기를 용인하는 것이다』고 해석했다. 그 단적인 예는 미국이 소련의 요구를 받아들여 서독의 핵보유요구를 누르고 미·소 간 핵확산금지조약교섭의 길을 튼 것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다.
그뿐 아니다. 미국은 지난해 인도·「파키스탄」분쟁의 소련 측 조정을 방관했고, 인도식량위기 때는 소련과 함께 이 문제를 다뤘었다. 그렇다고 미·소 양국 간에 1백% 신뢰감이 성숙됐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미·소 양국은 이번 영사협약성립을 계기로 해빙「무드」속에서 얼마동안 공존공생 할 것이라고 내다보여지는 것이다. <이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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