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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연예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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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노란「샤쓰」입은 사나이도 좋지만 푸른 제복, 구릿빛 얼굴의 사나이들이 더 좋아요.』가수 한명숙 양은 웃음 띤 서두를 꺼냈다. 두 번이나 파월 장병을 위문갔던 한 양은 『월남은 이역이지만 남의 나라 같지 않았어요.』 그때의 소감을 털어놓았다. 『거리의 풍정이 낯설고 몹시 덥다는 것만 다를 뿐, 한국군주둔 지역에 가면 모두가 우리나라 젊은이들이니 남의 나라 같은 생각이 안 들데요.』 한 양은 말을 이으며 『그렇지만 역시 고국만은 못하지요. 무척 고국을 그리워들 하더군요.』목소리가 낮아졌다.
65년5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후라이보이」·구봉서·이미자 양 등 12명의 「코미디언」, 가수가 파월 장병을 위문갔을 때 「비둘기」부대 용사들과 서로 얼싸안고 울어버렸다고 했다.
지금까지 파월 장병 위문을 다녀온 연예인은 모두 70여명.
한번쯤 월남을 다녀오지 않은 연예인은 국내무대에서 행세를 못하게 될 형편이다.
『월남 땅에서 장병들이 손수 만들어준 수제비와 만두국을 대접받았을 땐 어찌나 가슴이 메는지 먹지를 못했죠. 가만히 보니까 우리 일행모두가 코를 훌쩍거리며 먹지 못하더군요.』정말 감격했노라고 했다.
『파월 장병들은 여가만 나면 고국에서 온 편지를 읽으며 향수에 잠긴다고 해요. 한통의 편지를 읽고 또 읽고...거의 외다시피 읽는대요.』 시무룩한 표정으로 그래서 「맹호의 소리」방송은 장병들의 전진 속에서의 향수를 달래주는 유일한 벗이라고 했다.
그러나 고국의 소식이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은 하루 6시간30분뿐. 보다 오래 방송시간을 잡아 주기를 무척 바라고 있더라고.
지위 높은 사람들의 위문은 장병들에게 부담과 긴장을 안겨주지만 함께 노래부르는 한때의 즐거움이 그들에게 얼마나 많은 힘을 주는지 알 수 없다. 이러한 틈을 타서 위문이란 명목으로 월남에서 「쇼·비즈니스」를 벌리고 있는 연예인이 40여명이나 된다.
이밖에 미 8군서도 3개월 교대로 연예인을 월남에 보내고 있어 여기에 한몫 끼려는 무명의 연예인들의 활동도 여러 가지로 번지고 있다.
소위 이름 있는 연예인은 월남에 가는데 엄청난 보수를 유구하여 빈축을 산 일도 없지 않아 관계당국은 하루에 15「달러」의 수당으로도 응낙하는 신인들을 월남에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무척 비가 퍼붓던 날이었죠. 수천명의 장병들이 우비도 갖추지 않고 빗물이 질펀하게 흐르는 땅에 꼼짝 않고 앉아 뚫어질 듯이 무대를 쳐다보고 정말 우레와 같은 박수로 반겨주며 때로는 소리높이 합창을 하며 즐거워 할 때 무대 위에서 노래하다 말고 목이 메더군요. 어떤 분은 무대 위에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나 노래를 부르기도 했죠.』한 양의 목소리는 떨렸다.
그러나 아쉬움의 여운은 보다 큰 아쉬움을 가져오는 법. 몇 시간을 위문단과 함께 웃고 울고 나면 장병들은 「노스탤지어」에 젖는다.
『저는 월남에 다녀온 후로 편지를 자주 쓰는 버릇이 생겼어요. 저의 「레코드」도 많이 보내려고 애쓰고요.』한 양은 파월 장병의 「노스탤지어」에 여울진 가슴을 밝게 해주어야 한다고 했다. <송명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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