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잠실운동장·마곡 땅 중국에 매각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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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시유지인 송파구 잠실동 잠실운동장 일대를 중국 자본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투자 의향을 보이는 국내 자본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주경기장(왼쪽)·야구장(오른쪽)도 포함될지 관심사다. [박종근 기자]

서울시가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일대와 마곡·문정지구 부지 일부를 중국 자본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현실화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김용석 서울시의원(새누리당)은 “잠실운동장은 88 서울올림픽이 열린 상징적 장소”라며 “비록 일부 부지라 해도 이런 땅이 외국 자본에 팔리면 서울시민은 물론 국민 정서상 심리적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1일 “잠실운동장 일대와 마곡지구 등의 개발을 위해 중국 자본을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공공개발하는 이 일대 부동산 일부를 매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중국 자본은 부동산 임대보다 직접 매입하는 방식을 선호한다”며 “중국 자본이 국내에 들어오는 중국 관광객을 겨냥한 호텔사업 등에 관심을 보이는 만큼 (자본 유치가) 충분히 가능할 거라 본다”고 덧붙였다. 사업운영권이 아니라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셈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느 땅을 매각할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과 베이징(北京)의 자매도시 결연 20주년을 기념해 이달 말 베이징·상하이(上海) 등 중국 주요 도시를 방문하는 길에 투자 유치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박 시장은 이날 본지에 “잠실운동장과 탄천, 한전 부지 등을 활용해 이 일대에 MICE(마이스) 산업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라며 “서울시는 현재 MICE 산업 규모로 볼 때 세계 5위권인데 앞으로 싱가포르를 뛰어넘는 세계 제일의 MICE 선호 도시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 시장 재임 시에도 비슷한 개발계획이 있었다는 지적에 대해 “과거엔 검토만 했지만 지금은 절박한 단계”라며 꼭 실현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MICE는 기업회의(Meeting)·포상관광(Incentives)·컨벤션(Convention)과 박람전시회(Events&Exhibition)를 융합한 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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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실운동장 일대는 전임 시장 때부터 관광호텔과 컨벤션센터 등으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이 수차례 수립돼 왔다. 강남 한복판에 있는 노른자위 땅에 위치하고 있지만 대부분 30년 넘은 낙후된 체육시설로 채워져 있어 활용도가 매우 낮았기 때문이다. 이제원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주경기장과 야구장을 제외한 잠실운동장 나머지 지역에 관광호텔이나 컨벤션센터를 지어야 한다는 용역 결과가 2003년부터 수차례 나왔지만 체육인의 반대가 심한 데다 국민 정서 문제도 있어 그동안 과감하게 추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막대한 운영비용으로 적자가 누적되면서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까지 왔다. 시 시설관리공단에 따르면 잠실운동장은 최근 5년간 523억원의 운영 적자를 냈다. 김찬곤 송파구 부구청장은 “잠실운동장 일대를 외자 유치를 통해 경제성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면 지역경제와 관광객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자본 유치는 마곡·문정지구에서 먼저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마곡지구는 SH공사가 개발을 추진하고 있지만 토지 매각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현재까지 입주 의향서를 제출한 기업은 10여 곳으로 목표치(200여 개)보다 한참 모자란다. 문정지구도 당초 2011년까지 개발을 마칠 계획이었으나 2008년 가든파이브만 완공했을 뿐이다.

글=유성운·조한대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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