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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학 농구 3월의 광란… 무명 FGCU 꼴찌의 반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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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1차전 도중 소리치고 있는 FGCU 앤디엔필드 감독. [로이터=뉴시스]

플로리다주의 무명 팀이 ‘3월의 광란(March Madness)’에 불을 지폈다. 매년 3월 68개 팀이 출전하는 미 대학스포츠협회(NCAA) 주최 대학농구 1부 리그 본선(챔피언십)은 단판 승부로 우승자를 가린다. 그러다 보니 해마다 이변이 속출한다. 올해는 ‘플로리다 걸프코스트대(FGCU) 이글스’가 신데렐라로 떴다.

 1부 리그엔 총 4개 지역(동부·서부·중서부·남부) 340여 개팀이 버티고 있다. FGCU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본선에 나선 남부리그 16개 팀 중 15번 시드로 턱걸이하며 올해 처음 전국 본선에 진출했다. 2002년 창단해 2011년에야 1부 리그에 올랐다. 더구나 첫 상대는 1부 리그 톱10에 드는 2번 시드 조지타운대 호야스였다. 그러나 이글스는 거침없이 ‘덩크슛’을 꽂으며 호야스를 78대 68로 대파했다.

 기세가 오른 이글스는 2차전 상대인 7번 시드 샌디에이고주립대 아즈텍마저 81대 71로 꺾고 16강에 안착했다. 15번 시드 팀이 2연승을 달리며 16강에 오른 건 75년 대회 역사상 처음이다. 호쾌한 덩크슛으로 관객들을 열광시키자 이글스는 ‘덩크 시티(Dunk City)’란 별명까지 얻었다.

 무명팀 이글스를 1부 리그 진출 2년 만에 16강으로 끌어올린 주인공은 앤디 엔필드(44) 감독이다. 그는 존스홉킨스대 재학 시절 3부 리그에서 슈터로 활약했다. 졸업 후 코치생활을 하다 생계 때문에 사업에 뛰어든 그는 뉴욕에서 벤처기업을 설립해 큰돈을 모았다.

 늘 농구를 동경하던 그는 2003년 보스턴에서 열린 NCAA 경기를 보러 가던 길에 뜻밖의 행운을 잡았다. 떠오르던 수퍼모델 아만다 마컴을 우연히 자신의 차에 태웠다. 농구 이야기로 느낌이 통한 엔필드는 그날 저녁 아만다에게 데이트를 신청했다고 스포츠전문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가 전했다.

 대학 캠퍼스 내 멕시코 음식 패스트푸드점 타코벨로 수퍼모델을 데려간 엔필드의 엉뚱함에 마컴은 흔들렸고 둘은 만난 지 6개월 만에 약혼했다. 1억 달러 가치의 벤처기업 창업주와 빅토리아시크릿·맥심 등의 톱모델로 날리던 두 사람은 뉴욕 최고급 아파트에서 신혼생활을 즐기다 2006년 돌연 뉴욕 생활을 청산했다.

 농구 감독이 꿈이었던 엔필드가 벤처기업 지분을 몽땅 동업자에게 팔고 플로리다주로 떠났기 때문이다. 엔필드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시골팀 감독이 되겠다는 말에 마컴은 군말 없이 농구 감독의 아내이자 세 아이 엄마가 돼 주었다”며 “친구들마다 나 같은 사람이 어떻게 수퍼모델 출신 현모양처를 얻었느냐고 놀린다”고 말했다.

 플로리다로 간 지 5년 만에 FGCU 지휘봉을 잡은 엔필드는 판에 박힌 훈련 대신 선수들에게 경기를 즐기라고 주문했다. 정석을 깬 그의 조련에 무명팀 FGCU는 ‘공포의 외인구단’으로 거듭났다. FGCU는 29일(현지시간) 16강전에서 3번 시드 플로리다대 게이터스와 맞붙는다. FGCU가 이기면 ‘3월의 광란’이 미 전역을 달굴 전망이다.

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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