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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득세 감면연장 효과 없다 …가격 하락ㆍ매수세 감소로 찬 바람만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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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은기자]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4단지 단지 안 상가. 오는 6월까지 취득세 감면을 연장하는 법안이 지난 22일 국회를 통과했지만 시장은 여전히 썰렁하다.

10여곳의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텅 빈 복도를 바라보며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간혹 울리던 매도자들의 문의전화 조차 뚝 끊겼다.

중개업자들은 "군불을 너무 오래 때서 그런지 전혀 반응이 없다"며 얼굴을 찌푸렸다.

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 매입을 고민했던 윤태혁(43·여)씨도 내 집 마련 꿈을 접었다. 올 들어 아파트값이 조금씩 오르자 마음이 조급해졌던 그는 다시 거래가 줄고 값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는 소식에 좀 더 기다려볼 작정이다.

그는 "조만간 새 정부의 부동산 종합 대책이 발표된다는데 굳이 지금 집을 살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군불만 때더니 결국…

맥 빠진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엔 너무 늦은 것일까. 새 정부 기대감에 들떠있던 부동산 시장이 다시 가라앉고 있다.

부동산 거래세가 완화됐지만 민간 주택의 분양가 규제(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으면서 부동산 시장 활성화 기대감이 꺼지고 있다. 매수자, 매도자 모두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재건축 본격화와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강남 재건축 단지들의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올들어 주택형별로 평균 7000만~8000만원 가량 값이 뛰었던 개포주공 아파트는 이달들어 2000만원 가량 값이 내렸다. 개포주공4단지 전용 42㎡형은 6억4000만원에서 6억2000만원으로 내렸다.

개포동 석영공인 이영숙 사장은 "지난주 월요일 이후 매수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이후 한달새 호가(부르는 값)가 5000만원 가량 급등했던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달에는 10건 이상 매매거래가 이뤄졌는데 이달들어 절반으로 줄었다.

대치동 에덴공인 윤고용 사장은 "가격 거품이 다시 꺼지면서 불안해진 매도자들이 1000만원 가량 낮춰 매물을 던지고 있지만 거래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이 내림세로 돌아섰다는 소식에 강북 아파트 시장도 된서리를 맞고 있다.

강동구 암사동 1등공인 양경 사장은 "1~2월에 반짝 거래가 살아나는 듯 했으나 이달 들어 관망세가 짙어졌다"고 말했다.

학군 수요가 많은 양천구 목동에도 거래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대림공인 박영란 사장은 "11월~3월까지 학군 수요가 많이 몰리는데 올해는 매수자들이 쉽게 나서지 않고 있다"고 했다.

조인스랜드부동산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3월 들어 64주만에 반등 했지만 2주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며 또 다시 주저앉았다. 서울 외 수도권 지역은 꾸준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

신규 분양시장도 타격을 받고 있다. 지난해 2번의 동시분양이 무난한 청약 성적을 낸 이후 올해 3번째 분양에 나섰던 동탄2신도시.

지난 2월 말 문을 연 견본주택에는 4만여명이 몰리는 등 관심을 끌었으나 일반공급 5900가구 모집에 1900여명만 신청에 나서 대거 미달됐다.

업계는 "입지가 좋고 분양가가 싸 관심이 높았지만 올 초부터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실패로 돌아갔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분양에 나섰던 일성트루엘 아파트는 203가구 모집에 단 한명도 청약에 나서지 않았다.

대한건설협회 주택실 최상호 실장은 "부동산 정책이 확실하지 않으니 건설사들도 신규 분양을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 팀장은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오락가락하면서 시장에 또 다시 불신이 쌓이고 있다"며 "정부는 신뢰성 있는 정책을 제시해 시장 활성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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