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버터」와 대포와…|「월남전67년」…백악관의 고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워싱턴=신상갑 기자】『승리라는 말은 감히 쓸 용기가 나지 않으나 성공적이었다.』 이 말은 지난해 월남전의 연합군측 종합전적에 대한 「워싱턴」정책 수립 가들의 자위 섞인 평가였다.
「코퍼헤드」(남북전쟁당시 남부에 동정한 북부 사람들)에 의해 남북전쟁 당시 「워싱턴」이 괴롭힘을 받은 이래 오늘날 월남에서 처럼 미국정부가 그의 대외정책과 목적을 앞에 놓고 자기회의로 고민한 예는 일찍이 찾아볼 수 없다는 이야기가 이곳에서 파다하게 떠돌고 있다.
67년의 연두 교서를 통해 국민들의 이마살을 찌푸리게 하는 6%의 소득부가세를 의회에 요청한 「존슨」 미대통령으로부터 「러스코」 국무장관과 「맥나마라」 국방장관에 이르기까지 월남전의 조기종식을 가져올 특수처방을 마련하지 못해 고민하고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때까지 성역이란이 이름 밑에 폭격면제의 특권을 누려오던 「하노이」 심장부에 대한 폭격압력을 가하여도 협상탁자에 나올 낌새를 별로 보이지 않고 있는 월맹의 옹고집 때문에 올해에 미국이 취할 첫걸음은 북폭 강화로 구체화할 것은 명백한 귀결이라고 이곳 관측통들은 내다보고 있다.
따라서 대외정책의 사실상의 입안책임자인 「러스크」장관의 어두운 표정이 활짝 밝아질 가능성은 극적 계기가 없는 한 기대하는 것이 무리일 듯.
끝없는 밀림전을 실제로 수행하고 있는 것은 현재 미군이 주동임은 말할 것도 없으나 모든 것은 주전파나 협상 파의 두 손으로부터 끝없는 시달림을 받고 있는 헌법상의 미국 최고사령관이 「존슨」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에 달려있다 하겠다.
월남전은 공산권과 민주주의 「이데올로기」의 대결장으로 변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으며 월맹의 허리춤을 움켜쥔 중공의 침략야욕을 분쇄하려는데 미국개입의 목적이 있음은 명명백백하다.
『공화당 대통령이 나와야 월남전을 종결시킬 수 있다.』는 말이 일부에서 들려오고 있을 정도로 월남전이 앞으로 1년 후로 바싹 다가선 미국 대통령 선거에 던지는 그림자가 짙고 보면 자기의 정치적 생명이 달려있는 다음 선거에 이기기 위해 국민의 호감을 사기 위해서도 「존슨」행정부는 앞으로 화전양면의 작전을 강화할 것은 기정사실.
2년전의 37일간의 북폭 중지가 「하노이」로 하여금 「미국은 우유부단」하다는 인상을 갖게 했던 것이라 그것을 자기의 큰 실수로 지금도 분해하고 있는 「존슨」대통령은 증세를 통한 전비 염출과 추가병력투입의 쌍도를 들어 「하노이」의 대동맥을 내리칠 마음가짐을 굳히고 있음도 그의 최근의 성명이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북폭은 월맹남부의 병력과 군수물자 유입을 겨우 늦추었을 뿐 별효과가 없다는 것이 북폭 효과의 한계를 꾸준히 들고 나오는 일부 전략가들도 없지 않고 보면 「존슨」대통령이 얼마만큼 협상에의 유도를 위한 북폭을 강화할 것인지는 두고 볼 수밖에. 미국의 원조로 기아와 질병과 전쟁에서 벗어날 새로운 아세아 「비전」을 외치면서 한 손으로는 때려 누여야 할 용의 꼬리를 붙잡고 서 있는 「존슨」대통령의 어깨는 무겁고 갈 길은 험하기만 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