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가천 뇌융합과학원 이명철 초대 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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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철 원장

뇌는 인간의 신체기관 중 가장 먼저 늙는다. 이 때문에 인류가 고령화하며 치매·파킨슨병 같은 뇌 질환이 급증한다. 하지만 뇌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세계다. 수많은 의·과학자가 뇌 연구에 몰두하는 이유다.

국내 뇌 연구 수준은 어디까지 왔을까. 가천대길병원 이명철(가천대 메디컬캠퍼스 부총장) 병원장은 “현재 세계 6, 7위다. 앞으로 3, 4위로 뛰어오를 수 있다”고 확신했다.

이 병원장의 전망에는 근거가 있다. 최근 가천대와 가천대 길병원이 손잡고 분야별로 추진되고 있는 뇌 연구의 역량을 집중하는 ‘뇌융합과학원’을 설립했다. 이명철 병원장이 이곳 초대 원장으로 선임됐다.

가천대는 이미 국내 뇌과학 연구의 선봉에 서 있다. 2006년 뇌과학연구소의 문을 열고 다양한 연구 성과를 내놨다. 사람의 뇌를 손금처럼 볼 수 있는 7.0T(테슬라) MRI(자기공명영상), PET(양전자단층촬영)-MRI 입체영상시스템 등을 개발하며 뇌 기초연구 분야에서 중심 역할을 했다.

이명철 원장은 “중요한 연구 성과를 진료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 뇌 교육·연구·치료를 하나로 묶는 뇌융합과학원을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뇌융합과학원은 뇌 기초·임상 연구를 업그레이드해 2020년까지 세계 3대 뇌연구소에 올라서는 게 목표다.

이 원장은 “뇌는 신경과·신경외과·정신과 등 의학은 물론 인문사회과학·자연과학·공학·예체능 등 다양한 학문의 융합연구가 필요한 분야”라고 말했다. 뇌융합과학원은 여기에 필요한 최적의 교육·연구·임상 환경을 제공한다.

뇌융합과학원에는 향후 5년간 매년 200억원씩 총 1000억원이 투입된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치매·파킨슨병 등 노인성 뇌 질환의 해법 발견 ▶뇌융합 교육 확립 ▶첨단 뇌 영상 기법 개발 등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뇌융합과학원 산하에는 기존의 뇌과학연구소를 비롯한 치매·파킨슨병연구소, 정신건강연구소, 뇌 질환 유전체 연구소, 나노의학 연구소, 테라그노스틱 컴파운드(Theragnostic compound) 개발연구소 등 여섯 개 기관을 둔다.

이 원장은 “특히 연구를 수행할 인재 양성을 위해 뇌융합대학원을 설치하고, 연구 성과를 치료에 적용할 수 있게 뇌병원을 오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뇌융합대학원은 2015년, 뇌병원은 2016년께 운영한다. 뇌병원은 길병원 암병원 건너편에 신축할 지하 8층, 지상 15층 건물에 들어선다.

뇌융합과학원 계획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뇌 영상 연구의 세계 석학인 일본 도호쿠대학 다쓰오 이도 박사를 영입했다. 그는 약학자이자 화학자다.

이도 박사는 뇌융합과학원 산하 테라그노스틱 컴파운드 개발연구소장을 맡았다. 테라그노스틱(Theragnostic)은 치료를 의미하는 세라피(Therapy)와 진단을 의미하는 다이아그노시스(Diagnosis)의 합성어다.

이도 박사는 1970년대 포도당유사체(FDG) 동위원소를 이용해 PET 촬영에 성공했다. 인체의 생화학적 변화를 영상화하는 핵의학 영상기술 시대를 연 것이다. 이 원장은 “다쓰오 박사는 뇌 영상 물질과 화합물 개발을 총지휘한다. 차기 뇌융합과학원장에 내정됐다”고 말했다.

뇌융합과학원은 2017년까지 짜인 로드맵에 따라 점진적으로 실현된다.

황운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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