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 배변 습관 길러야 치질 예방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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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5호 20면

대항병원

국내에서 수술 건수가 가장 많은 질환이 눈에 발생하는 백내장이다. 그 다음이 치질이다. 매년 약 22만 명이 수술을 받는다. 치질은 변비, 음주, 오래 앉아 있는 환경 등으로 생긴다. 치질이 생명을 위협하진 않는다. 하지만 출혈과 통증으로 삶의 질이 뚝 떨어진다. 치질을 10년 이상 방치하면 암으로 악화될 수도 있다. 대항병원 김혜정(사진) 외과과장에게 치질의 종류, 예방과 치료법 등에 대해 들었다.

치질 종류와 예방·치료법: 대항병원 김혜정 외과과장

 -항문에의 구조가 궁금하다.
 “항문은 정교한 배변 장치다. 대변·방귀·설사 등을 구분해서 배출할지 여부를 판단한다. 이런 기능은 항문 끝에서부터 안쪽 4㎝ 지점까지 원통형으로 자리 잡고 있는 괄약근이 담당한다. 괄약근은 내괄약근과 외괄약근 두 겹이다. 내괄약근은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는 불수의근이다. 항상 뛰는 심장도 불수의근이다. 외괄약근은 의식적으로 열고 닫을 수 있는 수의근이다. 소장과 대장을 거친 변이 직장에 이르면 자동으로 내괄약근이 느슨해진다. 하지만 변이 바로 나오지 않는 것은 화장실에 가기 전까지 의식적으로 외괄약근을 조여 참기 때문이다.

 -치질은 어떤 질환인가.
 “항문에 발생하는 질환을 통칭한다. 크게 세 종류가 있다. 항문 안쪽 조직이 부풀거나 늘어져 항문 밖으로 빠진 치핵, 항문이 찢어지는 치열, 항문 안쪽 염증으로 구멍이 뚫린 치루다. 치핵 환자가 대부분이어서 치핵을 치질이라 부른다. 치질이 있으면 배변 시 출혈·통증이 나타난다. 치핵에다 치열이나 치루가 동반되면 증상이 심하다.”

 -치핵은 왜 생기나.
 “화장실에 오래 앉아 있는 변비가 주범이다. 괄약근과 주변 조직은 혈관이 많이 분포한다. 화장실에 오래 있으면 중력의 영향으로 이곳의 혈류량이 는다. 변을 보기 위해 반복적으로 힘을 주면 더 증가한다. 결국 항문 안쪽 조직이 점차 늘어져 치핵으로 발전한다. 출산·가족력·알코올도 주요 원인이다. 과도한 근력운동이나 가파른 산행 등 복압(배의 압력)을 높이는 스포츠도 영향을 준다.”

 -치핵에도 종류가 있다는데.
 “항문샘 위(직장에 가까운 쪽)에 있으면 내치핵, 항문샘 아래(항문에 가까운 쪽)에 있으면 외치핵이다. 외치핵은 항문 밖으로 나와 있다. 출혈이 많고 통증이 심하다. 반면 내치핵은 변을 볼 때 밀려나오고, 상대적으로 통증이 적다. 여성은 외치핵, 남성은 내치핵이 많다. 치핵은 두 종류가 같이 나타날 수 있고, 여러 개가 생기기도 한다.”

 -치핵 환자는 수술을 받아야 치료가 되나.
 “치핵은 증상이 가벼운 1도부터 4도까지 있다. 1도는 치핵이 항문 밖으로 빠져나오는 탈항 없이 출혈만 있다. 2도는 배변 시 탈항됐다가 다시 들어간다. 1·2도는 약물·좌욕 등 비수술적 치료로 개선할 수 있다. 탈항한 치핵을 손으로 밀어 넣어야 하는 3도나, 심하게 부어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 4도 치핵은 수술로 떼어낸다. 수술 10년 후 재발률은 약 5%다. 3·4도는 아니어도 치핵으로 인해 출혈이 많거나 통증이 심하면 수술을 해야 한다.”

 -치루의 원인과 증상은.
 “명확하진 않지만 항문샘에서 시작하는 것으로 본다. 항문샘에서 나오는 분비물이 고여 괄약근에 염증이 생긴다. 심하면 점차 괄약근을 동굴처럼 파고 들어가 항문 주변이나 엉덩이 부위를 관통한다. 하수도처럼 항문 안쪽부터 바깥쪽으로 관이 생기는 게 치루다. 남성 환자가 더 많다. 관의 지름은 1~3㎜, 길이는 3~7㎝다. 치루를 통해 고름·진물·가스·대변이 새어 나온다. 통증이 있고, 괄약근이 손상돼 변실금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치루가 10년 이상 되면 암을 일으킬 수 있다. 치루가 있으면 항문 주변에 뾰루지가 자주 생기고, 진물과 출혈이 있다. 손으로 만지면 딱딱한 줄기가 만져진다. 치루는 관을 제거해야 치료된다.”

 -치열은 어떤 병인가.
 “항문 안쪽이 찢어지는 질환이다. 변을 볼 때 출혈과 통증을 동반한다. 증상이 심하면 변을 본 후 온종일 아프다. 여성 환자가 많다. 치열을 방치하면 변비가 심해진다. 상처 부위가 점차 딱딱해지기 때문이다. 변이 배출될 수 있게 늘어나야 할 괄약근의 신축성이 떨어진다. 너무 딱딱해지면 손가락도 안 들어간다. 1·2개월 미만의 급성치열은 식이섬유소 섭취와 좌욕으로 개선할 수 있다. 많이 진행한 치열은 내괄약근 일부를 인위적으로 절개해 배변길을 넓혀야 한다.”

 -치질을 예방하려면.
 “치질은 잘못된 생활습관이 부른 병이다. 건강한 배변습관을 위해 ‘1-1-5’를 기억하자. 1일 1번 5분 이내 배변을 본다는 뜻이다. 5분 이상 화장실에 있으면 항문 주위에 혈류량이 증가해 치질 위험이 높다. 5분 내에 변을 못 보면 미련 없이 일어선다. 화장실에는 신문·책을 들고 가지 않는다. 식물성 섬유소 섭취를 늘려 변비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 해조류(김·다시다)·콩류·구근류(고구마·감자)·채소·과일을 규칙적으로 먹는다. 치질을 악화시키는 음주량을 줄여야 한다. 하루 2~3회 좌욕은 치질 증상을 완화한다. 미지근한 온도의 물을 준비한 후 항문을 담그고 앉는다. 한 번에 3~5분 한다. 항문을 오므렸다 폈다 하면 더 효과적이다. 물에 소독약이나 소금은 넣지 않는다. 평소 장시간 고정자세로 있는 것도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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