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 한 줄 시가 된 날씨 심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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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아침기온이 영하로 곤두박질쳤다. 절기는 춘분(春分)을 넘겼으니 영락없는 꽃샘추위다.

 꽃샘추위는 북쪽으로 쫓겨간 찬 대륙 고기압이 일시적으로 세력을 회복하며 나타나는 현상이다. 예부터 ‘봄꽃 피는 걸 시샘하는 추위’라고 불렀으니 자못 시(詩)적이다.

 물론 외국에도 봄 추위를 꽃과 연결짓는 표현이 있긴 하다. 일본은 하나비에(花冷え)라고 한다. 글자 그대로 ‘꽃(필 때) 추위’란 뜻이다. 미국 중서부에는 ‘나무딸기 겨울(Blackberry winter)’이란 구어체 표현이 있다. 나무딸기 꽃이 필 무렵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한파(cold snap)를 가리킨다.

지역별로 흔히 볼 수 있는 봄꽃나무 이름을 따 층층나무(Dogwood) 겨울, 박태기나무(Redbud) 겨울, 아카시(Locust) 겨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유래에 대해선 농사와 연관짓는 해석이 많다.

 “추위가 완전히 물러나기 전 봄꽃 폈다고 성급히 파종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경고란 것이다. 하지만 일본이건, 미국이건 표현 자체는 직설적이다. 꽃샘추위처럼 맛깔스러운 표현은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 선조의 남다른 감수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기상청은 당분간 꽃샘추위가 계속될 것이라고 예보했다. 주말에도 아침기온이 0도 안팎을 오르내릴 전망이다. 일교차도 크다.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자.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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