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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대만 항로 54년만에 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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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중국과 대만이 분단된 지 54년 만에 처음으로 대만의 민간 여객기가 중국 대륙에 착륙했다. 교역.우편.교통 등 양안(兩岸) 사이의 3통(通商.通郵.通航) 가운데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통항의 빗장이 열린 것이다.

26일 새벽 대만 타이베이(臺北)를 출발한 중화(中華)항공 소속 보잉 747 여객기는 홍콩을 거쳐 이날 오전 9시쯤 상하이(上海) 푸둥(浦東)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 비행기는 이날 오후 상하이에서 사업을 하는 대만 기업인들과 가족 2백58명을 태우고 대만으로 돌아갔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春節.설)을 맞아 고향으로 돌아가는 귀성객들이다.

현재 상하이에는 약 50만명의 대만인이 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이들은 고향을 방문하려면 중국 비행기를 타고 홍콩이나 마카오에 들러 다시 대만 비행기를 갈아타야 했다.

이번에 운항하는 대만 비행기도 직항은 아니다. 3통의 완전시행을 우려하는 대만당국의 정치적 입장때문에 홍콩.마카오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운항은 춘절을 전후한 보름간으로 한정돼 있다. 중화항공뿐 아니라 부흥(復興)항공 등 6개 대만 항공사가 운항 허가를 받아 1천2백명의 대만 귀성객을 실어나른다.

그러나 일단 항공기 운항의 물꼬가 터진 이상 전면 자유화도 멀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빨라진 고향길=26일 오전 상하이 푸둥 국제공항은 춘절 귀성길에 오르기 위해 쉴 새 없이 밀려드는 수만명의 대만인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그 중에서도 1천2백여장밖에 안되는 대만국적 비행기표를 구한 귀성객들은 흥분한 표정이 역력했다. 이들은 "후이자(回家.고향에 간다)"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타이베이가 고향인 라이안룬(賴安倫.48)은 "대만까지 6시간 걸리던 비행시간이 4시간30분으로 줄어들어 홀가분하게 집에 다녀올 수 있게 됐다"며 활짝 웃었다.

이날 푸둥 공항은 중국과 대만은 물론 전세계 외신기자들이 몰렸다. 대만 방송사들은 중화항공 여객기가 홍콩을 거쳐 타이베이에 도착하는 전 과정을 생중계했다.

대한항공 이우평(李愚平)상하이지점장은 "이번 대만 전세기 운항 결정은 상하이에 거주하는 대만인들의 힘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상하이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대만 자본의 입김이 결국 양안(兩岸)간의 하늘길을 여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뜻이다.

◇상하이에 집중된 대만 자본=1987년 대만 당국이 본토 방문 자유화를 선언한 이후 중국에 진출한 대만인 수는 약 1백만명. 이중 절반가량인 50여만명이 상하이를 중심으로 쑤저우(蘇州) 등 이른바 '대(大)상하이권'에 거주하고 있다.

지난해 대만의 대 중국 수출액은 3백28억달러(수입은 79억5천만달러)였다. 중국이 대만의 최대 교역국으로 부상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상하이와 대만의 교역액은 전년보다 45%나 늘어난 84억달러를 기록했다.

또 대만과 중국간 전체 교역의 20% 이상을 상하이가 차지할 정도로 급속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대만의 고민=95년 리덩후이(李登輝)전 총통은 '계급용인(戒急用忍.서두르지 말고 인내심을 갖자)'정책을 펴면서 중국과 너무 빠른 속도로 가까워지는 것을 경계했다. 그러나 불과 7년 만에 중국과의 무역거래가 없으면 대만의 경제가 타격을 받을 정도의 상황이 된 것이다.

게다가 대만 기업인들은 무역거래를 더욱 자유화하라고 천수이볜(陳水扁)총통을 압박하고 있다. 陳총통도 3통을 통해 침체된 대만 경제를 회생시키려 하고 있다. 그러나 陳총통은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민진당(民進黨)출신이어서 마냥 개방 쪽으로 밀어붙일 수도 없는 처지다.

전문가들은 "이미 상당수의 대만 기업이 공장을 중국에 세운 마당에 3통(通)을 억제하는 정책은 더이상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상하이=유상철 특파원 scyou@joongang.co.kr

<중국·대만 교류일지>

▶1949.12=국공내전 패배 뒤 대만으로 옮겨간 국민당, 대륙과 3불(불접촉.불타협.불담판)정책 천명

▶1979. 1=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임위, 3통4류(경제.과학기술.문화.체육)제안

▶2000. 3='3통 조기실현'공약한 천수이볜(陳水扁) 민진당 후보 총통 당선

▶2000. 3=대만 입법원, 진먼다오(金門島) 등 2개 섬에 한해 중국과 교류하는'소3통 법안'통과

▶2001. 1=대만 진먼다오와 중국 푸젠(福建)성 샤먼(廈門)간 첫 여객선 운항

▶2003. 1=대만 전세기 춘절기간 중 한시적으로 대만~상하이(上海) 간 운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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