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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협박하던 북 지난주 사이버 테러 암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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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KBS·MBC·YTN 등 국내 주요 언론사와 은행권의 전산망 마비 원인과 관련해 정부는 북한의 사이버 테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현재까지 북한의 사이버 공격이라는 결정적 증거가 없어 예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최근 북한의 위협 발언 등을 고려하면 우리 사회를 혼란시키기 위한 북한의 소행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5일 성명을 통해 “우리 공화국의 인터네트 봉사기(인터넷 서버)들에 대한 집중적이고 집요한 비루스(바이러스) 공격이 연일 감행되고 있다”며 “우리는 이것을 전면대결전에 진입한 조선의 초강경 조치들에 질겁한 적대세력들의 너절하고 비열한 행위로 단정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사이버 공격은 미국을 비롯한 적대세력들이 발광적으로 감행하고 있는 키 리졸브 합동군사연습과 때를 같이하고 있다”며 “우리는 반공화국 압살책동의 일환인 적들의 사이버 공격이 극히 무모하고 엄중한 단계에 이른 데 대해 결코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지난 13일과 14일 노동신문 등 북한의 8개 인터넷 사이트가 마비됐던 것으로 정보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군이나 미국은 북한에 대한 사이버 공격 사실을 즉각 부인하면서 북한이 사이버 공격 명분을 쌓기 위해 자작극을 벌인 게 아니냐는 관측을 해 왔다.

 그간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인 키 리졸브 연습을 빌미로 워싱턴과 서울에 핵무기를 정밀 타격하겠다고 위협하며 긴장을 고조시켜 왔다. 원산 지역에 군과 장비들을 집결시키고, 최근엔 서해와 동해에서 포사격 훈련과 미사일을 각각 발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미 양국 군대가 전시와 유사한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는데다 19일에는 핵무기를 탑재한 미 공군의 B-52 전략폭격기가 한반도에서 훈련을 실시하면서 군사적 행동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우리 군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이 때문에 북한이 말로는 군사적 행동 운운하며 전쟁 분위기를 조성한 뒤, 실제로는 물증을 찾기 어려운 사이버 공격을 감행하는 일종의 성동격서(聲東擊西·동쪽에서 소리 내 유인한 뒤 서쪽을 공격) 작전을 쓴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마침 20일은 사실상 키 리졸브 연습 마지막 날이다. 키 리졸브 연습에 대해 위협적 발언을 쏟아낸 북한으로서도 뭔가 행동으로 보여줄 필요성이 있었던 시점이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B-52 폭격기가 (한반도에) 다시 전개될 경우 군사적 행동을 하겠다”고 위협했으나 북한 군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익명을 원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위원은 “북한은 군사적 도발이란 부담스러운 선택보다는 공격자를 찾는 데 시간이 걸리고, 상대방에게 고통과 피해는 줄 수 있지만 반격당하기는 어려운 사이버 공격을 선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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