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82곳 간이 중앙분리대 무단횡단 사고 65% 줄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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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시 중동에 설치된 간이 중앙분리대. 1.5m 높이의 철제 기둥을 세우고 기둥과 기둥 사이를 와이어로 연결한 형태로 화단형보다 설치비가 적게 든다.

전북지역에서는 한 해 1만여 건의 교통사고가 일어난다. 이 가운데 20~30%는 차와 사람이 부딪히는 보행자 사고다. 특히 횡단보도가 아닌 곳을 함부로 건너거나 교통신호를 무시한 채 지나다 생기는 무단횡단 사고는 매년 800~900건씩 발생한다. 무단횡단 사고는 도시 지역에서 많고, 전체의 70~80%는 밤중에 생긴다.

 고준호 전북경찰청 교통계장은 “차량이 급격하게 늘고, 고령 노인인구 비율이 높아지면서 무단횡단으로 인한 교통사고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며 “이를 줄이기 위해 밤중 외출 시 흰옷 입기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골머리를 앓아온 무단횡단 교통사고에 해결사가 등장했다. 몇 년 전부터 보급되기 시작한 ‘간이 중앙분리대’다. 이 분리대는 도로 한가운데에 화강암 경계석을 설치하고, 그 위에 1.2~1.5m의 높이의 철제 기둥을 세운다. 기둥과 기둥을 와이어(선)로 연결해 무단횡단을 막는 분리대의 길이는 보통 50~100m, 길게는 200m에 이른다.

 18일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간이 중앙분리대가 보행자 교통사고를 줄이는 데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2009년부터 이 중앙분리대를 본격적으로 설치한 전주·군산·익산·김제·정읍·남원 등 6개 시의 3년간 교통사고 발생건수를 분석한 결과 무단횡단 사고는 38건에서 13건으로 65% 감소했다. 또 사망자는 4명에서 1명으로 7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교통사고 다발지역’으로 손꼽히던 전주시 중화산동 풍림아이원 아파트 주변 도로에서 이 같은 효과가 증명됐다. 이곳에서는 2010년 7건, 2011년 상반기에만 6건의 무단횡단 사고가 발생했다. 하지만 2011년 6월 중앙분리대(500m)를 설치한 뒤 1년 반 동안 무단횡단 사고는 3건으로 줄었으며, 사망자는 한 명도 없었다.

 군산시 나운동 아파트단지와 군산의료원을 잇는 백도고개도 출퇴근 시간이면 차량·사람이 몰리는 혼잡지역이었다. 2011년 전체 2200m 구간에 중앙분리대를 설치하면서 무단횡단 사고가 13건에서 5건으로 뚝 떨어졌다.

 간이 중앙분리대는 화단형 중앙분리대에 비해 비용도 저렴하다. 나무·꽃 등을 심는 화단형 분리대는 1m를 조성하는 데 120만원이나 들지만, 간이 중앙분리대는 30만원이면 된다. 차량통행에 지장을 주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화단형은 시설 폭이 1.5~3m나 돼 차선을 잠식해 오히려 교통사고를 유발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간이 분리대는 폭이 30㎝에 불과하다.

 전북경찰청은 간이 중앙분리대를 6월까지 도내 59곳(7435m)에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지역별로는 전주시가 31곳(2460m)으로 가장 많고 익산시가 12곳(1760m), 군산시 7곳(1350m) 등이다. 이에 따라 현재 도내 82곳, 1만8000여m에 설치돼 있는 간이 중앙분리대는 141곳, 2만5000여m로 늘어나게 된다.

 홍익태 전북경찰청장은 “보행자 교통사고 가운데 무단횡단으로 인한 사고가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많다”며 “도심 교통이 혼잡한 지역에 간이 중앙분리대를 집중적으로 설치해 안전하고 쾌적한 도시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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