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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30만원 1인실 거쳐야 1만원 6인실로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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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2인실 병실 하룻밤 입원료는 천차만별이다. 삼성서울·강남세브란스병원의 시설 좋은 1인실은 48만원, 이대목동·신촌세브란스·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은 38만~39만원이다. 2인실은 10만~21만원이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

 자발적으로 1~2인실(상급병실)을 이용하는 환자는 그리 많지 않다. 큰 대학병원에 가면 대부분 상급병실에 며칠 입원하고 있다가 6인실로 옮긴다. 상급병실은 건강보험이 안 돼 전액 환자가 부담한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강남 지역 한 대학병원에서 벌어진 일이다.

 “1인실, 특실밖에 없다니 그게 무슨 소립니까.”(간경화 환자·58·강원도 양구군)

 “모든 사람이 1~2인실에 입원했다가 방이 나오면 6인실로 갑니다.”(병원 직원)

 “돈이 없으니 6인실로 바로 가야 해요.”(환자)

 “그런 경우는 없어요. 손님만 그런 게 아니라니까요.”(병원 직원)

 5분가량 고성이 오갔다. 환자가 “6인실이 언제 나오느냐. 수술을 늦추겠다”고 하니까 병원 직원이 “7월 이후에나 가능하다”고 맞섰다. 환자 부부는 “1인실(27만~38만5000원)이 너무 비싼데 어쩌지. 수술을 늦추지 뭐. 그런데 교수님(의사를 지칭)이 빨리 수술하자고 했는데…”라고 고민하다 결국 입원을 포기했다.

 ‘상급병실 거치기’는 다른 병원도 마찬가지다. 올 초 서울 강북의 유명 대학병원에서 자궁근종수술을 받은 69세 환자는 “간호사가 6인실은 말도 꺼내지도 않고 ‘1인실 쓰실래요, 2인실 쓰실래요’라고 물어 황당했다”고 말했다. 이 환자는 2인실을 썼는데 비용이 하루 22만원 나왔다. 서울 강북의 다른 대학병원의 심장·간·호흡기 환자는 상급병실에서 적어도 3~4일 보내야 한다. 병상 회전이 빠른 갑상샘암·소아감염(폐렴·감기 등) 환자는 하루 이틀이면 된다. 경북·전남·제주 등지의 대학병원도 대개 상급병실을 거친다.

 이런 사정 때문에 상급병실료는 선택진료비에 이어 두 번째로 환자에게 부담을 준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상급병실료(2010년)는 연간 9723억원이다. 비보험 진료비 8조3102억원의 11.7%를 차지한다.

 전체 병상 중 상급병상은 50%를 넘지 않아야 한다. 319개 병원이 상급병상을 운영한다. 큰 병원들은 대부분 50% 규정에 맞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대형대학병원) 중 상급병상 비율이 가장 높은 데는 한양대병원이다. 742개 병상 중 365개(49.2%)가 상급병상이다. 인하대병원(49.1%)·순천향대천안병원·계명대동산병원(45%)이 높은 축에 든다. 서울아산·단국대·길·서울대·조선대·삼성서울·강남세브란스 병원 등이 뒤를 잇는다.

 상급병상 부담을 줄이려면 일반병실을 늘려야 한다. 서울 강북의 한 의료원장은 “대안 없이 상급병실료를 없애면 병원의 충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 김윤(의료관리학) 교수는 “보험 적용되는 일반 병실을 늘리되 몇 개 등급으로 나눠 입원료 수가를 다르게 적용하는 게 좋다. 병원 수입 감소는 입원료 수가 인상으로 보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급병실에 건보 적용을 늘리면 대형병원 쏠림이 심해지고 좋은 병실만 찾을 우려가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6인실을 늘린다고 대형병원의 6인실 부족현상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서울대병원은 1인실이 132개, 2인실이 442개로 상급병실(691개)의 83%다. 반면 3, 4, 5인실이 각각 36, 76, 5개에 불과하다. 다른 복지부 관계자는 “1~2인실의 상당수를 3~5인실로 돌리되 환자부담률(일반병실은 20%)을 50%로 높이자”고 제안했다.

 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부원장은 “단번에 상급병실료까지 보험을 적용하면 환자들이 상급병실을 선호할 것이고, 가능하면 퇴원하지 않고 치료받고 싶어할 것”이라며 “6인실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상급병실로 간 경우에만 우선 건보를 적용한 뒤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신성식 선임기자, 장주영·배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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