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폐쇄회로식 인사에 근본적인 수술 있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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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어제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가 돌연 사퇴했다. 700억원에 달하는 기업(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중기청장 자리가 무슨 사외이사라도 되는 듯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공직에 대한 소명의식이 그 정도였다면 일찌감치 물러나는 게 오히려 잘된 일이다. 그렇다고 이를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리고 넘어가긴 어렵다. 그의 사퇴 소동엔 새 정부 인사 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가 그대로 반영돼 있다.

 2005년 도입된 공직자 주식 백지신탁은 고위 공직자와 국회의원의 공정성 시비를 차단하기 위한 제도다. 공직자가 되려는 사람이라면 상식으로 알고 있거나, 아니면 임명하는 쪽에서 먼저 그 조건을 알려주고 기용하는 게 관행이다. 그게 정상적인 인사 절차다. 그런데 황 내정자가 청장 자리를 수락한 뒤에야 이 제도의 내용을 알게 됐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그가 백지신탁 제도를 모르고 청장직을 수락했다면 청와대의 설명이 부실했다는 뜻이다. 설명한다고 했는데 본인이 잘못 알아들었던 모양이라는 청와대의 설명은 군색하다.

 요즘 청와대엔 위에서 한번 정하면 실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제대로 설명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 이때 위는 밑에서 챙겼을 것이라 생각하고, 밑은 위에서 알아서 했을 것이라고 미루기 쉽다. 전형적인 소통 부재다. 그 탓에 어처구니 없이 기초적인 실수가 벌어진 것이다. 황 내정자의 사퇴도 그에 따른 인사 사고인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공직자 후보나 내정자의 사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대석 대통령직인수위원의 석연찮은 중도 하차에서 시작해 김용준 총리 후보,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의 사퇴가 이어졌다. 청와대에선 비서관 5명이 내정된 뒤 바뀌기도 했다. 또 인사청문회에서 흠집이 잡혀 곤욕을 치른 장관 후보자도 한둘이 아니다. 이렇게 인사에서 범실이 자주 나오면 정책에서 점수를 얻기도 어렵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약해지기 때문이다. 황 내정자의 사퇴 소동을 계기로 박근혜 정부의 폐쇄회로식 인사에 근본적인 수술이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