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공포 경찰' 내쫓고 더 잔인해진 이집트 "도둑을…"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권위적인 정부가 물러났지만 이집트의 치안수준은 그 시절에 비해 형편없이 낮아졌다.

이집트 카이로 북쪽으로 90km 떨어진 사마노드에서 17일(현지시간) 삼륜소형승용차인 릭샤를 훔치려던 도둑 2명이 자경단원에게 붙잡혀 구타 당한 뒤 버스터미널 천장에 거꾸로 매달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2011년 '아랍의 봄'이후 이집트 치안이 극도로 약화된 가운데 자경단원이 일으킨 극단적인 사례다. 지역신문인 알 아람 보도에 따르면 릭샤를 훔치려던 두 사람은 붙잡힌 뒤 거리를 질질 끌려다니면서 심하게 폭행을 당했다. 하지만 매달리는 순간까지는 살아 있었다. 현장을 본 목격자는 릭샤에 타고 있는 소녀도 납치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소녀는 무사히 탈출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현장을 목격한 사진가는 약 3000여명의 군중이 몰려들었고 그중 일부는 폭행모습을 촬영하면 죽인다고 위협했다고 말했다.
또한 거꾸로 매다는 장면은 여성들과 아이들도 봤으며 일부는 폭행을 부추기며 소리질렀다.

그러나 가르비야 지역의 무슬림형제단의 대변인인 맘두 알무니르는 범인에 대한 폭행이 가해진 것은 이 지역에서 늘어난 성폭행과도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몇 달간 학교를 마치고 귀가하던 소녀가 납치된 일련의 사건이 있었다고 말했다.
"불행하게도 경찰은 가르비야 지역에서 완전히 존재감이 없습니다." "경찰은 아랍의 봄 이후 역할도 지위도 제대로 된 것이 없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버스터미널 서까래에 매달려 있던 두 사람이 내려진 뒤 현장을 본 사진가에 따르면 두 사람은 발에 로프가 묶인 채 죽어 있었다. 몸에는 타박상이 있었고 먼지와 피와 찢긴 상처가 있었다. 주변에 모인 군중들 중에는 손에 칼을 들고 있었고 또다른 사람은 피묻은 각목을 들고 있었다.

경찰이 현장에 접근하지 못한 것은 이집트에서 현재 발생한 여러 문제중 하나인 디젤연료 부족에 항의하며 주민들이 도로를 점거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알 아람은 보도했다. 이날 아침 마할라 시 인근에 사는 주민들이 연료부족에 항의하며 기차선로를 잘라내기도 했다.

"치안부재가 테러를 만들어 낸다"고 보복우려로 이름 밝히기를 거부한 현장목격자가 말했다. 치안 관계자에 따르면 매달린 두 사람을 풀어주려한 사람들은 흥분한 군중들에 의해 뒤로 밀려났다고 말했다. 결국 매달렸던 두 사람은 경찰서 문 앞에 던져졌다.

오랫동안 독재를 휘둘렀던 호스니 무바라크를 쫓아낸 2011년 이후 시민들의 힘은 두드러지게 커졌다. 그러나 한 때 강력하고 공포스럽기까지 했던 경찰력이 이제는 형편없이 약해지면서 범죄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영상팀 [AP=뉴시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