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김정은 핵 도박에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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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신저(左), 아베(右)

미국과 일본에서 잇따라 북한 붕괴에 대한 목소리가 나왔다. 그것도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 같은 전문가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같은 국가지도자의 입을 통해서다.

 키신저 전 장관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아시아소사이어티 텍사스센터에서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과 함께한 아시아 정책 시리즈 강연에서 “미국과 중국은 북한에서 정권 붕괴 사태가 일어날 경우에 대비해 공동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정책 담당자들에게 “중국은 갈수록 그 문제에 관해 미국과 논의할 준비가 돼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같이 충고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1971년 중국을 비밀리에 방문해 미·중 수교를 이끌어낸 장본인으로 미국의 대표적인 중국 전문가다. 지금도 중국의 고위 정책담당자들과 교류하고 있다. 지난해 2월 당시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이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도 만났다.

 시진핑 국가주석 등 중국의 새 리더십에 대해 키신저 전 장관은 “관료 또는 전문가 그룹에 가까웠던 전임자들의 리더십과 달리 좀 더 정치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중국의 새 지도자가 당면한 과제들 중 하나로 중국의 급속한 도시화를 꼽았다. 그는 “경제 발전과 함께 농촌에서 도시로 유입된 인구가 4억 명에 달한다”며 “도시화됨에 따라 달라지는 이들의 가치관을 중국 정부가 어떻게 다루느냐가 새로운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날 강연에서 베이커 전 국무장관은 미 프로농구(NBA) 선수였던 데니스 로드맨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의 최근 만남이 갖는 의미를 묻는 질문에 “로드맨이 외교를 논의하는 건 헨리(키신저)와 내가 프로농구를 하는 것과 같다”고 평가절하했다.

 한편 아베 총리는 15일 NHK에 출연해 “이대로라면 북한은 틀림없이 멸망의 길로 가게 될 것”이라며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을 강하게 비난했다. 아베 총리는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은 여기서 정책을 전환해 번영의 길로 나아가는 결단을 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대해 “‘미국에도 위협’이라고 미국이 처음 비난한 만큼 북한은 이를 안이하게 생각해선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베 총리는 북한에 대한 제재와 관련, “(유엔 제재 이외에도) 금융제재를 비롯한 플러스 알파, 미국과 일본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려고 검토하고 있다”며 독자적인 추가 제재 가능성을 언급했다. 아베 총리는 본인과 박근혜 대통령, 중국의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참가하는 한·중·일 정상회의의 5월 말 서울 개최가 추진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회담이 성사되면 외교적으로도 지역의 안정에 큰 플러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승희·서승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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