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선수촌의 하루|기상 7시부터 취침 10시까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알맞은 아침공기
○…우리선수들의 하루일과는 아침7시 각「코치」들의「기상」호령으로 시작된다.
입소한지 5일째. 이제는 여독도 완전히 풀렸다. 선수들은「기상」호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자리를 털고 일어나 숙소 앞 운동장에 정렬한다.
이때쯤이면 기온이 마치 우리 나라의 초가을 같아 선선한 느낌. 공기도 신선하여 선수들은 더위의 부담을 느끼지 않고「러닝」·체조 등 가벼운 운동을 마음껏 즐긴다. 그 모두가 늠름한 모습들- 그러기에 새삼스러이 아시아의 건아임을 느낄 수 있다.

<서양음식만 먹고>
○…아침식사는 상오8시부터. 회교도 음식이나 일본음식보다 서양요리를 더 좋아하는 우리선수들은「서양관」에 우르르 몰려든다. 식당은 자기가 마음대로 골라 먹을 수 있는「캐프테리아」식. 식욕이 좋은 우리선수들은 어느 나라 선수보다 많은 양의 아침식사를 한다고 식당종업원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이 때문에 애를 먹는 것은 역도·「레슬링」·「복싱」등 체급경기의 임원들. 이들은 선수들이 너무 먹어 체중이「오버」될까봐 선수들의 식사를 일일이 감시할 정도다.
그러나 그 중에는 고추장, 김치를 못 먹어 애를 태우는 선수도 더러 볼 수 있다. 그래서 「복싱」의 손영찬(플라이급)같은 선수는 아예 고기는 손도 대지 않고 집에서 가지고온 고추장에 밥을 비벼먹는다.

<예상보다 덜 더워>
○…아침식사가 끝나면 한시간 가량 휴식시간을 가진 다음 종목별로 연습장에 나가 본격적인「트레이닝」에 열중한다. 하루의 연습시간은 대개2∼4시간 정도. 낮의 기온은 우리 나라의 삼복더위 때와 같아 고통스럽지만 예상보다는 덥지 않고 모든 것이 즐겁기만 하다는 것이 선수들의 얘기.
아마도 즐거움을 느끼는 것은 더위 속에서도「까우리」(KOREA)「까우리」하며 우리선수를 뒤따르는 이곳 태국인들의 호감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만큼 우리선수들은 살결도 희고 예의가 발라「방콕」시민들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
특히 여자선수들의 경우는 더 심해서 식사할 때는 종업원들이 모두 넋을 잃고 쳐다보며 「뷰티풀」을 연발한다.

<동경친구도 만나>
○…하루의 일과 중 가장 즐거운 것은 저녁식사 때. 각국 선수들과 친숙해진 우리선수들은 그들과 자리를 같이하면서 서문 영어에 손짓 발짓을 섞어가며 얘기를 나눈다. 아직 경기가 시작되지 않아서인지 모두가 친구 같은 느낌인 듯-.
그 중에도 역도의 유인호 선수같이 4년 전「자카르타」대회나 동경「올림픽」대회 때부터 사귄 옛친구가 많아 서로 부둥켜안고 재회의 기쁨을 나누는 모습도 보인다.

<장기·바둑까지>
O…저녁8시 식사가 끝나면 10시까지는 자유시간-. 이 시간을 틈타 선수들은 고국에 편지를 쓰고「그룹」을 지어 오락회를 갖기도 하며 남자선수들은 장기·바둑으로 하루의 피로를 푼다.
그러나 이 자유시간은 어디까지나 우리선수들만의 것. 각국 선수들이 모두 모여 동경 「올림픽」때와 같이 흥겨운 노래자랑이나 춤 같은「밤의 향연」은 갖지 못한다. 모두가 과묵한 아시아 민족이기 때문이리라.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