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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가수 불러 접대받은 '검사'들 알고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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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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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이 시작되면 새시 등을 납품하려 했던 창호업체 김 사장은 2009년 9월 “재건축 공사를 따준다”며 돈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동업자로부터 고소를 당한 사건과 관련해 서울동부지검에서 조사를 받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A(40) 검사에게 “검찰 수사관을 상대로 금품 로비를 했다”고 폭로했다. 김 사장은 또 중국 다롄으로 골프접대를 갔던 시기와 동행한 수사관들 이름을 댔다. A검사는 윗선에 보고했다. 사건은 동료 B(43)검사에게 이관됐다.

 김 사장은 고소 사건으로 징역 1년6월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2011년 3월 출소했다. 그는 출소 후 해당 수사관들이 어떻게 처리됐는지 궁금했다. 그러나 아무런 처분을 받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서울경찰청은 지난해 말 재건축사업 비리 첩보를 탐문하던 중 이런 사실을 파악하고 수사에 나섰다. 김 사장은 경찰 조사에서 검찰 수사관들에게 금품 로비를 했다고 재차 진술했다. 대검 감찰본부도 뒤늦게 해당 검사들의 처리에 문제가 없었는지 감찰을 하고 있다.

 김 사장이 경찰에서 진술한 바에 따르면 그는 2007년 여름 가락시영 재건축조합장 김모(54)씨로부터 부탁을 받았다. “재건축 비상대책위원회로부터 뇌물 수수 등 혐의로 고소당했는데 도와달라”는 거였다.

 사건 담당자는 서울동부지검 정모(48) 수사관이었다. 김 사장은 20년 가까이 알고 지냈던 이모(52) 수사관에게 부탁하기로 했다. 김 사장은 로비자금 명목으로 평소 이 수사관과 친분이 있던 피부관리숍 여종업원을 통해 500만원을 전달했다.

 김 사장은 또 이듬해 4월 이 수사관과 동료 등 3명을 데리고 중국 다롄으로 골프여행을 갔다. 비행기값· 골프비용 등 모든 경비는 김 사장이 여행사에 현금으로 냈다고 한다. 밤에는 유흥주점 접대가 이어졌다. 이렇게 2박3일 동안 쓴 돈은 1300만원에 달했다.

 김 사장은 김 조합장에 대한 수사가 한창이던 2008년 4월 이 수사관과 함께 이 사건을 맡았던 정 수사관을 만나 일식집과 유흥주점에서 접대를 했다. 그는 이날에만 300만원 정도를 썼다고 주장했다. 그해 7월 “김 조합장이 불기소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김 사장은 사건을 잘 처리해 준 감사의 표시로 이 수사관을 만나 저녁식사를 한 뒤 유흥주점에서 접대를 했다. 김 사장은 택시 안에서 이 수사관에게 300만원을 건넸다고 한다.

 이어 8월 초 김 사장은 이 사건을 맡았던 정 수사관에게 접대를 했다. 함께 나온 수사관들은 7명. 술값 등으로 700만원이 들었다. 이 자리에서는 유명 트로트 가수를 모방하는 이미테이션 가수 송모씨가 노래를 불렀다. 수사관들은 술자리에서 '검사'로 불리기도 했다.

 2009년 2월 김 사장은 또 이 수사관 계좌로 600만원을 입금했다. 재건축조합과 관련해 사건이 또 생기면 도와달라는 취지였다. 이 수사관은 수개월 후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 이 돈을 돌려줬다.

 그러나 두 수사관은 금품로비를 받은 적이 없다며 부인했다. 이 수사관은 “중국 골프여행은 우리 돈으로 갔다. 김 사장은 골프를 안치는 데 무슨 골프접대냐”고 말했다. 이 수사관은 계좌로 입금된 600만원에 대해서도 “후배가 돈을 빌려달라고 하는데 당시 김 사장이 새시로 돈을 많이 벌었다는 소문이 있어 대신 받아서 후배에게 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 수사관은 “선배(이 수사관) 소개로 김 사장을 만나 두 차례 저녁을 먹은 것밖에 없다. 룸살롱은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고성표·문병주·윤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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