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프리카 vs 유에스아프리카 … 중·미 각축전 가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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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비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콩고민주공화국 카숨발레사 톨게이트 입구. 수입 물품을 가득 실은 트럭들이 길게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박종근 기자]

“미국은 아프리카에서 경쟁자인 중국에 기회를 잃고, 입지 또한 약해지고 있다. 가치를 중심에 둔 미국의 대아프리카 정책을 약화시킬 수도 있는 중국의 급부상을 중대한 경고로 받아들이고, 미국이 아프리카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미 상원 외교관계위 7일 보고서

 아프리카를 무대로 미국과 중국이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마지막 신대륙’이라 불릴 만큼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아프리카에서 경제적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1차적 목표지만, 이면에는 국제질서 재편기에 주도권과 영향력을 놓고 다투는 G2의 치열한 견제와 신경전이 있다.

 현재로서는 열세에 있는 미국의 접근이 더욱 공격적이다. 지난달 말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서부 아프리카 니제르에 무인정찰기(드론) 기지를 만들기 위해 병력을 급파했다고 발표했다. 오바마는 올 연두교서에서도 “새로운 테러리즘이 아라비아반도에서 아프리카에 걸쳐 출현하고 있다. 테러에 대항하는 아프리카 국가들과 연계하며, 미국을 위협하는 테러집단에 대해 ‘직접적 행동’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미국이 밝힌 이유는 알카에다와 연계된 아프리카의 극단 이슬람 무장 테러 세력을 근절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이는 미국이 공식적으로 아프리카를 외교·안보정책 수립에 있어 우선순위 중 하나로 뒀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그리고 그 뒤에는 미국이 소홀한 틈을 타 아프리카에서 급부상한 중국이 있다.

 중국은 지난 10년 동안 전략적으로 아프리카 투자에 집중해 왔다. 10년 전 중국과 아프리카의 교역액은 150억 달러 선이었지만, 2013년 말에는 2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미국의 소리(VOA)는 내다봤다. 미 GAO 에 따르면 2001~2011년 미국의 대아프리카 수출이 100억 달러 정도 늘어난 데 비해 중국의 수출액은 500억 달러 가까이 늘어났다. 미국이 밖으로는 중동과 한반도에 집중하고, 안으로는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고투하며 아프리카에서 눈을 뗀 동안 중국은 ‘차이나프리카’라는 왕국을 일궈낸 것이다.

 최근 프랑스의 말리 공습을 지원하고, 아프리카 각국의 대테러 부대 훈련을 돕는 등 미국이 아프리카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강화하는 것도 근본적으로는 아프리카에서의 존재감을 높이려는 의도라고 뉴욕타임스(NYT)는 해석했다. ‘차이나프리카’에 대항하기 위한 ‘유에스아프리카’의 전략 가운데 하나로 군사적 접근을 택한 것이다. 미국이 드론을 띄워 정찰할 주요시설에는 중국이 투자하고 중국인 노동자들이 일하는 대규모 건설현장이나 자원 개발 플랜트도 포함된다.

 미국은 아프리카에 대한 경제적 관여를 높이기 위해서도 정치력을 발휘하고 있다. 미 상원에서는 2015년 말 완료 예정인 ‘아프리카 성장과 기회법(AGOA)’을 연장하자는 목소리가 벌써 나오고 있다. 이 법은 아프리카산 물품에 대한 무관세 혜택 등이 골자로 대아프리카 교역을 확대하기 위해 2000년 만들어졌다. 상원 외교관계위 아프리카소위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크리스 쿤스는 7일(현지시간) 보고서를 내고 “중국 회사들이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장기계약을 독점적으로 따내는 것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미국 회사들의 아프리카 진출을 막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역시 이에 질세라 아프리카에 대한 러브콜을 계속하고 있다. 14일 공식 선출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첫 해외순방지로 아프리카를 택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시 주석의 아프리카 공식 방문 목적은 25~2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리는 제5차 브릭스(BRICS) 회담 참석이지만, 현지에서는 벌써부터 그가 들고 올 선물 보따리에 대한 기대감이 충만하다. 그간 중국 지도부가 주요 행사가 있을 때마다 아프리카에 대규모 지원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열린 중국-아프리카협력포럼(FOCAC)에서는 원자바오 총리가 200억 달러의 차관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시 주석의 방문에는 퍼스트레이디인 펑리위안이 동행, 외교무대에 데뷔해 세계의 이목을 끌 예정이다.

특별취재팀=박소영 ·강혜란 ·유지혜 ·이현택 ·민경원 기자
사진=박종근·김도훈 기자

취재 협조= KO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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