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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벽·금고 대낮에 뚫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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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 23일 오후 5시10분쯤 경기도 이천시 창전동 외환은행 이천지점 건물 콘크리트벽과 금고가 뚫려 폐기수표 6천여장이 도난당했다.

도난당한 수표는 대부분 10만원권으로 이 은행에서 발행한 수표 8백13장과 다른 은행 발행수표 5천3백6장 등 모두 6천1백19장이며, 수표에 구멍이 뚫려 사용하지 못하는 천공 수표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은행측은 사건 발생 3시간이 지나 경찰에 늑장 신고를 한 데다 현장 보존도 하지 않아 수사에 차질을 빚고 있다.

도난 현장을 처음 발견한 은행 여직원 趙모(25)씨는 "업무를 마감하고 현금 입고를 위해 금고실에 들어가보니 콘크리트벽과 철제 금고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 감식결과 두께 25㎝인 금고실 콘크리트벽에는 가로.세로 50㎝ 크기 구멍이 나 있었으며, 7㎝ 두께의 금고 철판도 가로 30㎝.세로 15㎝ 크기로 구멍이 뚫려 있었다.

경찰은 범인이 은행 건물과 인접한 상가 건물 사이 골목길에서 은행 벽면과 철판을 산소용접기 등으로 뚫은 뒤 손을 집어넣어 폐기 수표를 훔친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다행히 현금과 사용 가능한 수표를 보관하는 금고는 구멍 뚫린 외벽으로부터 1.5m쯤 떨어진 반대편에 놓여 있어 범인의 손길이 닿지 않았던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범인이 대낮에 대담하게 벽과 금고를 뚫었는데도 근무 중이던 은행 직원들이 눈치채지 못한 것은 은행 건물 밖에 설치된 환풍기가 노후해 소음이 컸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현장에서 분홍색 자루 등을 수거, 주변 공구상 등을 상대로 탐문수사를 벌이고 있다.

한편 은행 관계자는 "사건 사고시 본점 안전관리실로 신고한 뒤 피해사항을 우선 자체 확인토록 돼있는 내부 지침 때문에 3시간 뒤 경찰에 신고했다"고 해명했다.

이천=정찬민 기자 chan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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