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튈지 모르는 북… 무력시위 가능성은 높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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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키 리졸브 훈련이 시작되는 11일을 기점으로 정전(停戰)협정 백지화를 선언했다. 논리적으로만 보면 한반도는 ‘전시(戰時)’ 상태가 되는 셈이다. 이전에도 몇 차례 정전파기 선언이 있었지만 이번엔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안 채택 직후인 데다 ▶군사행동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 북한의 도발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 찜질’ 등 도발을 과장된 블러핑(공갈·bluffing)으로 보면서도 북한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점을 우려했다.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우선 북한의 국지도발 가능성을 보고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박근혜 정부를 압박하고 국제 제재에 대해 반발하는 차원에서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KN-02 같은 단거리 미사일을 다량 발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윤덕민 국립외교원 교수도 “동·서해의 미사일 발사나 비무장지대(DMZ) 등에서 국지적 도발을 통해 한반도 긴장상황을 지속시키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봤다. 정전협상 무효를 선언한 만큼 고의로 정전협정을 위반하는 보여주기식 저강도 도발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도 “서북 5도 점령이나 정전협정상 금지돼 있는 비무장지대 내 중화기 무력시위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 상황은 북한 상부의 의도된 도발이 아니더라도 우발적 충돌이나 상황이 전면전으로 비화할 위험이 있다”며 “NLL 인근의 어선 월선이나 비무장지대 총격전이 전면전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한·미 군사훈련 중 북한의 무력도발은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 때문에 북한은 군사도발 대신 다른 방식의 도발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군과 정보 당국은 북한이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 같은 직접 공격보다는 예상치 못한 시간에 의외의 방법으로 도발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교란전이나 주요 국가시설 사이트에 대한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 등 사이버 공격이 대표적이다. 군 관계자는 “자신들이 저지르고도 증거를 남기지 않는 사이버 테러나 후방지역 교란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서울·워싱턴 불바다’ ‘핵 찜질’ 같은 발언을 쏟아내고 있지만 실제 핵 공격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 외교 당국자는 “북한의 성명을 보면 미국이 군사적 행동을 하면(북한을 공격하면) 핵으로 정밀 타격하겠다는 것”이라며 “극단적 행동이 없는 한 핵은 옵션으로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소 안보전략연구센터장도 “북한이 아직 완벽하지 않은 핵을 실제로 사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다만 추가 핵실험의 가능성은 열어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지만 일부에선 이번 국면을 잘 넘기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불러낼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과거에도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후 국면 전환이 이뤄졌던 경우가 많아서다. 김근식 교수는 “이번 위기를 넘긴다면 미국의 국무부 차관보 등 대외 라인업이 완성되는 5~6월에는 북·미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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