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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北핵무장에 위협 느껴 추가 도발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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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4차 핵실험을 비롯해 북한이 공격적인 추가 도발을 감행할 경우 중국이 강력한 카드를 뽑아들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식량·원유 등 북한이 사용하는 물자의 70%가 중국을 통해 공급되기 때문에 중국이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북한을 압박할 것이란 전망이다.

최장수 주중대사(6년반)로 '한국 최고의 중국 전문가'로 손꼽혀온 김하중(66·사진) 전 통일부 장관은 10일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내다봤다. 외시 7회로 대통령 의전 비서관, 외교안보수석, 주중대사를 거쳐 2009년 2월 통일부 장관을 끝으로 36년간의 공직 생활을 마무리한 뒤 언론과 인터뷰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을 상대로 중국이 쓸 수단이 많다고 강조한 김 전 장관은 2003년 중국이 북한의 6자회담 참여를 압박하기 위해 단둥(丹東)에서 북한으로 넘어가던 송유관을 수리를 이유로 차단했던 사례를 꼽았다. 최근『김하중의 중국 이야기 1,2』(비전과 리더십)를 출간한 김 전 장관은 "중국 최고 지도자들이 항상 남북한의 평화통일을 지지한다고 말해왔다"며 "중국이 대세를 거스르면서 남북 통일을 막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문답.

-시진핑(習近平)총서기가 국가주석으로 등극하면 대북 정책을 바꿀까.

"덩샤오핑(鄧小平)의 뜻에 따라 장쩌민(江澤民)이 권력을 이양했기 때문에 후진타오(胡錦濤)는 시종일관 신중했고 자기 스타일을 발휘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반면 시진핑은 장쩌민 측근들의 충분한 지지 받고 있어 후 주석보다는 자신있게 자기의 뜻을 펴기 위해 일할 것으로 보인다.정책을 바꾸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당장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고 진짜 중요한 때에 카드를 쓰려고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카드를 꺼낼 수 있나.

"(식량·원유·생필품 등)북한이 사용하는 물자의 70%가 북·중 사이에 놓인 10여개의 다리와 철도를 통해 들어간다. 아주 일부라도 봉쇄·통제해도 북한에 큰 영향 줄 수 있다."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 제재 결의안에 동의했는데.

"3차에 걸친 핵실험으로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강도가 세지면서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 중국이 보조를 안 맞출 수 없었다. 북한이 상황을 그렇게 만든 측면이 강하다.중국의 유엔 안보리 결의안 지지는 북한에 대한 전면적인 제재가 아닌 제한적인 의미가 있다.북한이 앞으로 도발적인 행동을 계속한다면 중국이 계속 인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소의 위협에 맞서 핵을 보유한 경험이 있는 중국은 북한의 핵무장에 관대하지 않나.

"중국은 자신들이 핵개발 할 때의 경제력과 기술력 등을 감안해 '북한의 수준에서 핵개발 못할 것이고 위협이 안 된다'고 처음엔 안이하게 판단했을 수 있다. 다만 북한과 국경을 맞댄 중국은 북한의 예측 불가능성에 위협을 느낀다."

-1993년 1차 핵위기 이후 20년간 비핵화 노력이 실패했는데.

"핵무기를 가졌는지 모르지만 북한은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다. 진짜 패자(loser)는 북한이다. 20년간 북한은 한·미 뿐 아니라 북한을 도와주려던 중국을 포함해 모든 국제사회를 실망시켰고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신뢰를 상실했다."

-한·중 수교(92년 8월)가 1차 핵위기의 원인이 됐나.

"92년말 남북 회담이 중단됐고 93년 3월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이 있었다. 이런 일련의 상황이 모두 한·중 수교 직후인 92년 9월부터 시작됐기 때문에 한·중 수교로 인해 북한이 1차 핵위기를 터뜨렸다는 시각이 가능할 것 같다."

-북한의 핵보유로 남북 통일이 요원해진 것인가.

"통일은 여건이 성숙 되면 이루어지는 것이지, 북한이 핵실험 몇 번 했다고 통일이 요원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북한이 무리하게 핵보유를 추진한다면 그렇 잖아도 극도로 부족한 국력을 소진해 오히려 통일을 앞당길 가능성이 높다. 한마음 한뜻으로 통일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

-중국은 남북한 통일을 진정으로 원하나.

"중국 정부는 한반도의 주인은 한민족으로서 한반도의 통일은 반드시 한민족의 염원에 따라 자주적·평화적으로 실현되길 희망한다고 말해왔다. 중국 최고 지도자들은 우리 최고지도자들에게 항상 남북한의 평화통일을 지지한다고 말해왔다.우리는 이런 태도를 믿고 필요시 중국의 협조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중국인들은 유구한 역사 속에서 수 많은 나라의 흥망을 경함한 지혜로운 사람들이기 때문에 대세를 거스르면서 까지 남북 통일을 막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최대 시장인 중국은 남북 통일 과정에서도 중요한데, 어떻게 중국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중국인의 마음이 만리장성의 철문이라고 한다면 망치로 그 문을 열 수는 없다.욕하고 비판한다고 중국인은 새겨듣거나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 감동을 주고 그들의 마음을 움직여 스스로 철문을 열고 나오게 해야 한다. 중국인들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노력을 하면서도 의연하고 담대하게 행동해야 중국인들의 존경을 받을 수 있다.""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성공할까.

"새 정부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제시해) 남북 관계를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가겠다고 한 마당이니 북한이 좀 받아줘야 한다. 만일 북한이 이전처럼 새 정부가 머리를 숙이고 들어오라고 하면 되겠나. 신뢰프로세스는 북한이 얼마나 부응하느냐에 달려있다. 그렇지 않으면 새 정부의 운신의 폭이 좁을 것이고 특별한 결과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북핵을 머리에 이고 북핵의 볼모가 된 우리 내부에서 자체 핵 무장 주장까지 나온다.

"새 정부의 방침이 안나와 설왕설래가 있다. 새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빨리 정부 내부 방침을 정하고 국민에게 알려줘야 한다. 북핵 문제가 심각하지만 (섣부른 핵보유론 보다는) 절대적으로 냉정하고 침착하게 대응해야 한다."

-미·중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외교를 펼쳐야 할까.

"중국이 현재의 발전 속도를 유지하면 경제적으로 머지 않아 미국을 추월할 것이다.그러나 중국이 종합적인 측면에서 미국을 진정으로 능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우리는 미국과의 동맹, 중국과의 전력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동시에 강화시켜야 한다.두 관계가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이 되도록 하고 미중이 대립이 아닌 협력 관계로 나가도록 우리가 두 나라 사이에서 건설적 역할을 하는 외교에 힘써야 한다."

-관시(關係·인간관계)를 중시하는 중국에서 술 안마시고 골프 안하면서 최장수 주중 대사를 한 비결은.

"세상 사람들은 내가 단순히 사람관리 잘해서 그럴 거라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1965년 대학에서 중국문학 공부할 때부터 중국에 대한 꿈을 키워왔고 1995년부터 지금까지 중국과 중국 친구들을 위해 기도해왔다. 나는 지금도 중국 친구 80여명을 위해 기도하고 있는데 그들은 대부분 고위 지도자가 됐다. (내 경험에 비춰보면 외교관에게)술과 골프보다 더 강력한 것이 기도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내가 최장수 대사가 된 요인 중 하나다."

-주중 대사 시절 위기 상황도 많이 겪었는데.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가 가장 어려웠다. 그 어려운 상황에서 그해 7월 노무현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을 극적으로 성사시켰다.

탈북자들이 영사관에 대량 진입했을 때 베이징 영사관을 일시 폐쇄하는 카드로 중국을 압박했던 일, 9·19 공동성명이 극적으로 채택된 직후 가까스런 큰 딸 혼사를 치르기도 했다.주일 대사관 근무 시절에 처음 만나 인연을 맺은 탕자쉬안(唐家璇)전 외교담당 국무위원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신앙 체험을 고백한 『하나님의 대사』(규장)가 베스트셀러로 화제를 뿌렸는데.

" 1994년 가을 대학생이던 딸이 금식을 하는 바람에 다시 교회에 나가 회심(回心)했다.98년 2월 청와대에 들어가 김대중 대통령을 3년8개월간 모시고 일하는 과정에서 한 나라의 최고 권력자도 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고 수없이 비난과 공격을 받는 것을 보면서 내 자신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 존재인지를 인식했는데 이 것이 신앙을 깊게 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김 대통령은 당신을 욕하는 사람까지 용서하는 진정한 '용서의 사람(대통령)'이셨다."

-일과 신앙 생황을 잘 병행한 노하우가 있다면.

"믿는 사람은 믿음과 행함이 같아야 한다. 세상 사람들은 믿음만으로는 사람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이 중시하는 실력도 갖춰야 한다."

-최근 근황과 앞으로 계획은.

"2009년 2월 통일부 장관을 끝으로 36년의 공직에서 은퇴한뒤 4년간 교회관련 활동을 했고 6권의 책을 냈다.신앙생황을 하면서 그동안 공직 생활을 통해 축적한 경험과 지식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주기 위해 강연이나 집필 활동을 계속할 생각이다."

글=장세정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zhang@joongang.co.kr

※김하중 전 장관은 11일 오후 8시50분 시작하는 JTBC '뉴스 9' 에 출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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