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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는 이사회 89%가 사외이사 … 유럽, 여성 몫 배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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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3호 10면

한국에 사외이사 제도가 도입된 것은 1998년. 외환위기 직후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제시한 ‘글로벌 스탠더드’의 하나로 제도가 도입됐다. 초기 대형 상장사부터 도입된 사외이사 제도는 15년이 지나면서 코스닥 상장사와 공기업 등으로 확산됐다. 처음에는 유가증권 상장규정에 불과했던 법적 근거도 증권거래법, 상법 등 법률에 의해 뒷받침됐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사외이사의 독립성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이 여전하다.

외국에선 어떻게

 외국은 사외이사 제도가 기업 운영의 필수 요건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의 글로벌 기업인 GE는 독립적 사외이사의 운용으로 이름난 회사다. 18명의 이사회 구성원 중 16명이 독립적 사외이사(independent director)다. 전체 이사의 89%다.

 막연하게 외부 인사를 뜻하는 게 아니다. GE는 ‘독립성’의 요건을 세밀하게 규정하고, 이를 철저하게 지킨다. 이들의 업무는 빡빡하다. 모든 이사는 2~3개의 소위원회 활동을 한다. 이사들은 객관적인 회사 파악을 위해 매년 두 차례 이상 GE 사업장을 방문하되 해당 사업장의 경영자는 동반하지 않도록 돼 있다. 권한도 세다. 제프리 이멜트 현 CEO를 뽑은 것도 바로 이사회다.

 기업 경영의 강력한 실권을, 이처럼 외부 이사들에게 맡긴 것은 제프리 이멜트 CEO의 결단이다. 그는 2002년 이사회 구성원의 3분의 2 이상을 사외이사로 채우기로 결정했다. 당시 미국 사회는 엔론의 대규모 회계부정 사건의 여파로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을 때였다. GE는 이런 분위기에서 당시 법보다 훨씬 강하고 엄격한 독립적 이사회 규정을 만들고 이를 실천했다.

 유럽도 강력한 사외이사 제도를 두고 있다. BMW나 지멘스 등은 경영이사회와 별도로 독립적인 인물로만 구성된 사외이사회를 두고 있다. 이들은 경영과 관련된 정보를 상세하게 전달받고, 경영진의 결정 사항에 대해 동의권을 갖는 등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한다. 최근 사외이사 제도와 관련한 글로벌 기업들의 이슈는 ‘여성 몫’에 대한 배려다. 사외이사 제도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사회 변화와 발맞추기 위해 여성 사외이사를 일정 수준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외이사의 성 평등까지 따지는 선진국에 비해 도입 15년이 된 우리나라는 아직 제도 자체도 자리를 잡지 못했다는 평가다. 독립성이 약하다는 지적이 가장 많다. 법에 독립성을 위한 최소 규정은 있지만 한국 사회 특유의 학연·지연이 얽혀 ‘아는 사람’이 사외이사가 되는 경우가 여전히 많은 게 문제다. 반대로 대주주나 경영진과는 무관하지만 정부나 정치권의 입김을 받아 독립성이 떨어지는 사례도 많다. 주로 공기업 등 공공기관에서 흔하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강윤식 연구위원은 “흔히 낙하산으로 표현될 만큼 독립성이 없고, 전문성도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 게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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