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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E] 여성 대통령 리더십 어떤 걸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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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9일 18대 대선에서 한국의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습니다. 유교 전통 아래 남존여비의 가부장적 분위기가 여전히 남아 있는 우리나라에서 동아시아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등장했다는 사실은 세계적으로 큰 이슈가 됐습니다. 이번 주 NIE 지면에서는 새 대통령이 보여줄 여성 리더십에 대해 다뤄봤습니다.

정리=박형수 기자

신문에서 찾은 생각해볼 문제

 지난달 25일 제18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했습니다. 새 대통령의 첫걸음은 아주 화려합니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자 아버지(제5~9대 대통령 박정희)에 이어 대통령에 오른 첫 부녀(父女) 대통령이라는 점부터 이목을 집중시킵니다. 이런 개인적인 배경보다 국민의 관심을 끄는 건 새 대통령의 리더십이지요. 최고 권력자로서, 또 세계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얼굴로서 새 대통령이 감당해야 할 임무는 막중합니다.

 신문은 여러 기사를 통해 새 대통령이 갖춰야 할 자질과 그가 해결해야 할 현안들에 대해 조목조목 짚고 있습니다. 지난 1월 21일에는 『아시아의 부상』 저자인 인도의 브라마 첼라니(51)가 “균형의 리더십을 발휘해 동아시아 갈등의 조정자 역할을 하라”고 조언한 내용이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중앙일보 1월 21일자 6면).

여성 특유의 탈권위적이고 투명한 리더십을 기대한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여러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새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쉬운 것들이 아닙니다.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은 장거리 로켓 은하3호를 쏘아올린 직후 3차 핵실험까지 감행하며 우리나라 안보를 위협하고 있고, 일본에서는 보수 성향의 아베 내각이 들어서 역사 분쟁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지요. 여기에 세계 경제성장 둔화까지 겹쳐 경제 살리기도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얽히고설킨 난제를 지혜롭게 풀어가는 것이 정치이고, 리더의 역할이지요. 우리가 정치 지도자에게 바라는 훌륭한 리더십이란 어떤 것인지, 교과서 속에서 답을 찾아봅시다.

교과서로 풀어보기

 고등학교 법과 정치 교과서에서는 현대 사회·정치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정치란 국가 공동체의 안정을 확보하고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합의해 복종할 수 있는 사회적인 근거, 즉 사회 통합의 기초적 조건을 갖추는 일입니다.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집단, 집단과 집단 사이에 이해관계가 대립하고 갈등과 충돌이 일어날 때 국가가 나서서 이를 조정하고, 사회의 통합과 질서를 유지한다는 의미입니다. 대통령은 국가를 상징하는 존재이기에 국가 유지를 위해 필요한 권한을 위임받고 이를 실행하게 됩니다. 마치 가정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가장이 권한을 행사하는 것과 비슷하지요.

 이렇게 막강한 힘을 가진 지도자가 갖춰야 할 덕목이 바로 리더십인데요. 교과서에서는 리더십에 대해 ‘집단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지도자와 추종자 간에 서로 협력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영향력’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 리더십이 발현되기 위해서는 지도자와 추종자 간에 협력하는 관계가 설정돼 있어야겠지요. 그러니 지도자의 가장 큰 역량과 자질은 추종자와 얼마나 탄탄한 협력 관계를 형성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많은 후보자가 왜 그렇게 ‘국민 대통합’을 강조했는지 아시겠죠. 국민 대통합, 곧 국민과 긴밀한 협력을 이루는 것이 리더십의 기본 중 기본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마다, 집단마다 이해관계가 다르고 이에 따라 갈등이 불가피한 게 공동체인데, 어떻게 협력과 통합을 이룰 수 있을까요.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린 ‘아우를 위하여’라는 단편 소설을 보면 리더가 공동체와 협력 관계를 맺는 방법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소설은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 서울 영등포에 있는 한 학교 교실 안에서 벌어진 이야기를 편지글 형식으로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는데요. 초등학교 상급반 교실에 전학 온 영래가 또래 아이들을 완력으로 장악하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반 아이들은 영래의 폭력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죠. 어느 날 교생 실습을 나온 자그마한 여자 교생 선생님이 영래의 횡포를 감지해내고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제어합니다. 불만을 품은 영래 일당이 수업 시간에 교생 선생님을 모욕하는 쪽지를 돌리고, 교생 선생님을 존경하던 다수의 아이들이 영래의 태도에 정면으로 맞섭니다. 선량한 다수가 결집하자 영래의 권위는 순식간에 몰락하고 만다는 내용입니다.

 교생 선생님이 반 아이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다정다감함과 속 깊은 배려심이었습니다. 점심 시간에 도시락을 먹지 않는 아이를 봤을 때, 친구들끼리 서로에 대해 불평불만을 이야기할 때, 반장 영래의 위압적인 행동을 목격했을 때 교생 선생님은 한결같은 태도를 보입니다.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유를 묻고, 입장을 바꿔 생각해볼 수 있게 질문을 던집니다. 아이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깨달을 때는 크게 칭찬을 해주고, 고집을 피우며 자기 주장을 반복하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게 시간을 줍니다. 매를 들거나 목소리를 높여 꾸중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날수록 학생들은 교생 선생님을 믿고 의지하게 됩니다.

 소설 속 교생 선생님의 리더십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여성 리더십의 전형적인 모습이기도 합니다. 전문가들이 설명하는 여성 리더십은 상대방과 눈높이를 맞추고 포용과 섬김, 소통과 배려를 이끌어내는 탈권위적인 모습입니다. 수직적인 권력 관계에 의존해 일방적인 힘과 권위를 내세우는 남성 리더십과 전혀 다르지요. 리더십이라는 같은 용어인데 전혀 다른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합니다.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 교과서를 펼쳐보면 과거 사상가들이 리더십을 얼마나 다양하게 해석해 놓았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동양에서는 공자와 맹자가 말한 지도자의 역할이 리더십에 대한 대표적인 정의가 될 수 있을 텐데요. 공자는 지도자에게 덕성과 예로 백성을 교화하는 덕치(德治)와 예치(禮治)를 강조했습니다. 맹자는 인(仁)과 의(義)를 실현하기 위해 덕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왕도정치(王道政治)를 제시했지요. 둘 다 힘과 권력을 내세워 수직적 통치를 내세운 남성적 리더십이라기보다는 지도자가 먼저 모범을 보이고 구성원들의 자발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여성적 리더십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치의 의미와 리더의 역할에 대해 설명한 동서양의 사상가. 왼쪽부터 플라톤·맹자.

서양에서 정치의 의미를 정의한 철학자로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꼽을 수 있습니다. 플라톤은 정치를 정의의 덕을 실현하는 활동이라고 보고, 이성적 지혜와 통찰력으로 참된 실재의 세계인 이데아를 볼 수 있게 하는 철인(哲人)의 리더십을 강조했습니다. 철인이란 진리를 밝히는 사람, 즉 철학자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면 대학 교수처럼 학문의 세계에 몸담은 엘리트가 정치를 해야 한다는 의미죠.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고 정의를 내린 사상가입니다. 그는 덕의 중용을 추구하는 정치, 곧 민주적 방식의 평화를 추구했습니다.

 교과서에서 설명하고 있는 여러 리더십의 정의도, 최근 신문에 자주 등장하는 여성 리더십에 대한 설명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위압적이고 억누르는 통치보다는 지도자가 솔선수범하며 구성원들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최고의 리더십이라는 것이죠. 앞으로 5년간 국내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보여줄 리더십은 어떤 모습일까요. 앞으로 신문과 교과서를 비교해가며 새 대통령의 리더십을 파악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집필진=명덕외고 김영민(국어)·한민석(사회) 교사, 양강중 김지연(역사)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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