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재정적자 209조원으로 늘려 경기 띄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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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에서 중국 지도부가 박수를 치고 있다. 17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인대에선 후진타오 국가 주석과 원자바오 총리의 뒤를 이어 시진핑 주석-리커창 총리 체제가 공식 출범한다. 왼쪽부터 후 주석, 시 총서기, 원 총리, 리 상무부총리. [베이징 로이터=뉴시스]

중국이 올해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내수확대를 통해 경기 진작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국방비는 지난해보다 10% 이상 늘어난 1143억 달러로 확정됐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국회 격) 개막과 함께 발표한 정부공작보고에서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계속해 민생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올해 재정 적자 규모를 지난해보다 4000억 위안 증가한 1조2000억 위안(약 209조원)으로 정했다. 정부가 올해 보장성(서민용) 주택 470만 가구를 준공하고 630만 가구를 새로 착공하는 계획을 세웠는데 여기에도 재원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원 총리는 이번 전인대를 마지막으로 퇴임하지만 이번 공작보고서는 시진핑(習近平) 당 총서기를 중심으로 한 새 국가지도부와 논의를 거쳐 작성돼 사실상 새 정부의 경제정책으로 볼 수 있다.

 원 총리는 또 올해 2.6% 수준인 경상무역흑자의 국내총생산(GDP) 점유비율을 더 낮추겠다고 밝혔다. 내수 규모를 키워 경제성장률의 대외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의미다. 샹둥(向東) 국무원정책연구실 부사장(副司長)은 “인프라 투자와 감세를 통해 내수진작을 하겠다는 기존 경제 원칙을 확인한 것이며 무리한 경기부양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경제성장률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8% 아래인 7.5%가 제시됐다. 중국의 지난해 GDP 성장률은 7.8%였다. 연간 경제성장률이 8% 이하로 떨어진 것은 1999년 7.6%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중국 경제성장률은 2000년대 들어 2007년까지 10~14%로 두 자릿수를 기록하다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성장률이 한 자릿수로 낮아졌다. 원 총리는 “경제 발전 방식과 산업구조 선진화를 통해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을 추구하려는 것”이라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이미 산업과 금융 개혁을 통해 선진 경제 시스템 정착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산업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있다. 공작보고서에는 시 총서기 집권 원년인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5%, 도시 신규 취업자 수는 900만 명 이상으로 늘려 도시 실업률을 4.6% 이내로 낮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국방과 관련, 원 총리는 강력한 군대 건설을 선언했다. 영토와 주권 수호를 위해서라는 전제를 달았다. 이와 관련해 재정부는 이날 7201억6800만 위안(약 1143억 달러·130조원)의 국방예산이 포함된 올 예산안을 전인대에 보고했다. 국방비는 지난해(6506억 위안)보다 10.7%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증가 폭(11.2%)보다는 작지만 국내총생산(GDP) 증가율(7.8%)을 웃돈다. 중국은 중국 위협론 등을 우려해 국방비를 각종 연구 개발과 우주 개발 예산 등에 숨기고 있어 실제 국방비는 발표액의 두배에 달한다는 게 국제군사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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