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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화장품 또 가격 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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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해외 화장품·명품 브랜드들이 인기품목 위주로 줄줄이 가격인상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해 이후 달러·유로·엔화 가치가 전반적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값이 오르고 있다. 통화가치가 오를 때는 이를 이유로 가격을 올렸는데, 통화가치가 떨어진 현재는 “원자재값 인상”을 이유로 또 가격을 올리는 것이다. 한·유럽,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로 인한 관세 인하도 이들 브랜드 가격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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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G의 화장품 브랜드 SK-II는 이달 1일부터 브랜드 전 제품의 백화점·면세점·기내화장품 판매가격을 평균 3% 올렸다. SK-II 제품 중 가장 인기 있는 ‘페이셜 트리트먼트 에센스’는 150ml 기준으로 백화점 판매가격이 16만5000원에서 17만5000원으로, 215ml짜리는 18만9000원에서 19만9000원으로 5.2% 올랐다. 또 같은 브랜드의 ‘셀루미네이션 에센스(50ml)’는 22만9000원에서 24만3000원으로 6.1% 인상됐다. SK-II 제품은 모두 일본에서 생산된다. 한국 P&G 관계자는 “엔저 현상이 있긴 하지만 원자재값·인건비가 모두 상승해 이를 반영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스위스 화장품 라프레리도 이달 1일 스킨케어 전 제품 가격을 백화점·면세점에서 동시에 올렸다. ‘셀룰라 아이크림 플래티넘 레어’는 44만원에서 45만8000원으로 올랐고, ‘에센스 오브 스킨 캐비어 아이 컴플렉스’는 17만5000원에서 18만1000원으로 올랐다. 일부 해외 화장품 업체들은 백화점은 빼고 면세점 가격만 올렸다. 로레알 파리와 랑콤·헬레나루빈스타인·베네피트·에스티로더 등이 가격을 최고 3.5%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 효과 때문에 면세점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지자, 백화점 가격을 내리는 대신 면세점 가격을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방·향수 등을 파는 해외 명품 업체들도 올 들어 줄줄이 가격을 올렸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가 올 1월 중순 인기 핸드백과 지갑 일부 품목의 가격을 4~11% 올렸고, 프랑스 브랜드 샤넬 역시 지난달 화장품과 향수 가격을 평균 4% 인상했다. 백화점에서 샤넬의 아이섀도 제품인 ‘일루젼 드 옹브르 에블뤼’는 2.2% 올랐고, ‘샤넬 르 블랑 메이크업베이스’는 6만5000원에서 6만8000원으로 4.6% 비싸졌다. 프랑스 에르메스의 대표 핸드백 ‘켈리’는 최근 기존 998만원에서 55만원 올라 1000만원을 넘어섰다. 아직 가격을 올리지 않은 셀린느도 이번 봄 시즌 신상품 의류와 가방 가격을 5% 내외 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명품 가격 상승이 국내 매스티지(준명품) 브랜드 가격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MCM·메트로시티·루이까또즈·쿠론 등 국내 가방·잡화 브랜드들은 최근 원가 상승을 이유로 상품 가격을 최고 9%가량 올렸다. MCM의 ‘토트&숄더백 퍼스트레이디’ 가방은 60만원에서 65만5000원으로 9.1% 올랐고, 메트로시티도 토트백인 ‘MF402’ 가방을 57만9000원에서 61만9000원으로 6.9% 인상했다. ‘국산 명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코오롱 쿠론도 ‘다이애나’ 가방을 58만5000원에서 62만5000원으로 올렸다. 익명을 요구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가방이나 핸드백은 과시형 소비 제품으로 가격이 싸다고 구매하는 제품이 아니다”며 “외국산 명품이 가격을 올리면 국산과의 차이가 그만큼 벌어지기 때문에 따라서 값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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