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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사 석가탐 대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불국사=최종률·이종석·김용기·최기화기자】국보21호 경주 불국사 석가탑이 13일하오4시 크게 파손되었다. 이 사고는 해체공사증 일어났다. 1천2백년동안 장중한 자세로 신라통몽일문화의 최고융성을 지녀오 이탑은 오늘의 우직한 손길에 의해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2층 옥개석·3층탑신 어느정도 복원은 가능|해체하다 썩은 받침대 부러져>
이날 사고광경을 바라보던 불국사의 노승들은 흐느끼며 비통한 심정을 누르지 못했다.
탑의 해체공사는 이날상오9시13분 11명의 인부들에 의해 착수되었다. 현장감독은 탑의 보수공사에 있어 우리나라 최고의 기술자라는 김천석(52)씨가 맡았다.
그는 국보급의 탑을 25개나 만진 32년의 경험자다.
3층옥개와 3층탑신을 내리는 오후의 공사는 무리한 강행군이었다. 8「미터」의 전봇대 (직경20「센티」위에 장대6개를 묶어만든 받침대가 워낙 허술했다. 7.5「톤」짜리 2층옥개를 간신히 들어올리던 도르래는 중량을 지탱못해 부서져 버렸다. 이때 2층옥개가 20「센티」들렸다가 주저앉았다. 공사는 이런상황에서 강행이 두 번, 2층옥개가 두 번째 들렸을 때 이미 휘어졌던 전봇대는 부러지면서 바윗덩이같은 2층옥개석이 공중에서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땅에 이미 내려놓았던 3층옥개석위에 그것은 비스듬히 떨어지며 상처를 냈다.
공사책임자김천석씨는 『전붓대속이 썩은줄 몰랐다』고 무릎을 쳤다. 불교조계종총무원에서 현지참여대표로 파견된 강석천스님은 발을 동동구르며 탑앞에서 통곡을 했다. 『천추의미안한일』이라고 하며 그는 울음을 그칠 줄 몰랐다. 경내의 관광객들은 분노를 터뜨리며 인부에게 달려들어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저녁8시20분 김인경북지사는 사고현장을 돌아보고 『말할 수 없는 충격』이라고 비장해했다. 경주경찰서는 무장경찰을 동원, 밤새껏 불국사를 특별 경비했다. 조사위원인 황수영·진흥섭·최순우씨는 국보파손은 이를데없는 유감이라고 말하며 손괴가 그정도로 그친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큰 숨을 내쉬었다. 복원은 어느정도 가능하다고 보고있었다.
그러나 2층옥개석의 복원은 영원히 힘들것으로 보인다. 이번사고는 문화재들이 원시적이고 우직한 방법으로 보호되는것에 충격적인 경종을 울렸다. 복원공사는 불국사경내의 소나무5그루를 잘라 다시 진행되고있다.

<"붙일수 있을 듯">
▲김원용박사(서울대박물관장)의 말=석가탑은 견고한 돌이므로 내부에 구멍을 뚫어 쇠로부터여 복원할 수 있을것이다. 김천석씨는 유일한 전문가이므로 믿었는데 뜻밖의 사고에 가슴아프다.

<"유감스러운 일">
▲김상기박사(문화재위원장)의 말=석가탑의 도굴여부도 확인할 겸 들쑥날쑥한 탑모습을 제대로 복워하려다 그런사고가 난 모양이다.
전국민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석가탑의 파소은 일부일망정 극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부착제를 사용하면 거의 원형에 가깝게 복원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극상의 미술품">
▲황수영교수의 말=동양미술사상 일찍이 볼 수 없는 극상의 미술품이다.
한편 불국사측은 사리장치 일체를 사찰안에 보관하기를 원하고 있으나 그 귀중도가 지극히 높은 것에 압도되어 현지의 문화재위원들은 보관의 안전도를 크게 UAFU하며 문화재위원회의 결정을 대기하고 있다.

<"좀더 진중했어야">
▲예술원회장 박종화씨의 말=이미 깨어진 국보는 할 수 없으나 앞으로 이런 국보를 수리할 때는 반드시 문화재위원뿐만 아니라 해당전문가를 총망라해서 신중한 태도로 해체 또는 복원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허술한 복구공사는 도리어 현존된 국보를 전부 파괴시키는 행위가 되고 말 것이다. 문화재위원회의 신중한 처사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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