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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이념과 가을의 향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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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반사회에서도 그렇거니와 대학사회에 있어서도 10월 한 달은 다채롭고 낭만에 넘치는 각종 축제행사가 쉴새 없이 베풀어지는 것이 오랜 전통이 되어있다. 40여년내의 민족적 행사가 되어 있는「연·고대전」이 이미 있었거니와 앞으로 한달 동안 서울대학교를 비롯한 전국 80여개 대학의 「캠퍼스」주변에서는 전적으로 학생들이 주동이 된 학술·문화·체육행사 등이 각기「대학축제」라는 이름으로 펼쳐질 예정에 있다.
원래 이와 같은 전통은 대학의 발상지인 「유럽」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다. 대체로 9월이 신학년도 초로 돼있는「유럽」의 대학사회에 있어서는10월 중순께부터 펼쳐지는 이와 같은 축제행사가 대학의 본래의 기능완수를 위하여 필수불가결한 요청에서 연유되었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거의 3개월간에 걸쳐진 학년말휴가를 끝마치고 다시 생기를 되찾게 된 대학사회에 있어 이러한 행사는 새로 맞이하게 된 요우들로 하여금 그 대학의 「게마인샤프트」적 분위기에 젖게하고 나아가서 신·구학우들이 서로 어울려 지적 협동작업의 가능성을 과시한다는 것이 그 유래가 아니었던가 생각된다.
그러므로 모든 대학축제행사에는 청년학도들의 낭만과 정열이 유감없이 발휘되어야 할 것임은 물론, 또 한편으로는 그 하나 하나의 행사가 지성인으로서의 대학생다운 자긍과 지성적 협동작업의 가능성을 뚜렷이 나타내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대학축제행사가 갖는 이와 같은 본래의 의의가 충분히 살려질 수 있기 위해서는 먼저 이 점에 대한 대학생들 스스로의 투철한 자각이 앞서야 할 것임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하겠으나, 이와 함께 이러한 대학행사를 성원하고 격려할 줄 아는 기성세대및 일반사회의 뜨거운 지지가 이에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대학의 사명은 원래 강의와 연구, 그리고 사회에 대한 봉사활동을 통하여 한 나라의 정신적·도덕적 지도력의 원천이 되는데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대학이 만일 그 기능의 본질적 바탕으로서의 자유정신을 인식함에 있어 미치함이 있거나, 또는 그들의 본직인 진리의 탐구와 온갖 형태의 창조적 활적을 전개함에 있어 그것을 가로막는 일절의 제약에 대해서 스스로 능동적인 방패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대학의 이념은 이미 찾을 길이 없게되고 말 것이다. 우리 나라 대학사회에 있어서는 최근 위축과 퇴진의 풍조, 그리고 학외적 요소의 침투가 없지 않다는 것이 세론이다. 이와 같은 대학 본래의 사명에 배치되는 빗나간 방향이나 독소적 요인은 하루빨리 광정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올해 대학가의 가을향연에 대해서 각별히 뜨거운 성원을 보내면서 이와 같은 축제행사가 이에 차여하는 대학생 자신에게는 물론, 일반사회인사들에게까지도 최근 논란의 대상이 되고있는 진정한 정신적·도덕적 지주를 되찾는 계기가 되어줄 것을 간절히 바라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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