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앞장 교과서 '출판왕' 김광수 회장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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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과서 출판의 ‘대부’이자 5선 국회의원인 김광수(사진) ㈜미래엔(옛 대한교과서) 명예회장이 24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88세.

 1925년 전북 무주의 산골에서 5형제 중 막내로 태어난 고인은 초등학교 졸업 후 중학교 과정을 독학하다 가출, 상경했다. 성실히 은행 사원으로 일하던 그를 일가 친척인 우석(愚石) 김기오(1900~55) 선생이 눈여겨 보고 자식으로 삼았다. 김기오 선생은 해방 후 ‘한글 교과서가 필요하다’는 정부의 요청에 따라 48년 우리나라 최초의 교과서 발행기업, 대한교과서를 세운 ‘출판 선각자’였다. 각종 교과서와 순수문예지 ‘현대문학’ 등을 출간했다. 고인은 자연스레 대한교과서 창립사원으로 일했다.

 55년 김기오 선생이 갑작스럽게 타계하자 고인이 그 가업을 이었다. 61년 대표이사가 된 그는 인쇄소를 새로 짓고 교과서 전용 서체인 ‘대교체’를 개발했다. 어린이잡지 ‘새소년’ 등도 창간했다. 아동도서·유아시설 등으로 교육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전북도시가스·서해도시가스를 설립해 에너지산업에도 진출했다.

 73년 제9대 국회의원을 시작으로 정계에 입문, 다섯 차례 의원에 당선됐다. 한국국민당·자유민주연합의 부총재를 역임했다. 보관문화훈장(86년)·대통령표창(88년)을 받은 그는 별세 전까지 전북도시가스·서해도시가스 명예회장을 지냈다.

 고인은 70년대부터 장학사업을 펼쳤다. “여유가 생기면 배우려는 사람을 돕고 싶다” “기업 이익은 반드시 사회로 환원돼야 한다”는 게 그의 철학이었다.

 73년 자신의 아호를 딴 목정(牧汀)장학회를 설립, 교사가 되려는 교대·사대생 3300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93년부터 목정문화상을 제정해 전북지역 문화예술인의 창작 활동도 지원했다. 2011·2012년 전북대에 20억원을 쾌척했다.

 유족은 부인 진세영씨와 아들 홍식(전북도시가스 대표이사)·창식(서해도시가스 대표이사)·승주(미래엔인천에너지 회장)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층 20호실, 영결식은 28일 오전 10시 세종시 연동면 내판리 교과서박물관에서 열린다. 02-3475-3999.

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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