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세기가 바뀌어도 007은 '네버다이'

중앙일보

입력

21세기에도 과연 '007 시리즈'가 먹혀들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작품의 내용.전개 방식 등에선 어떤 변화를 보일까.

내년 1월 11일 런던에서 성대한 행사가 열린다. '007 시리즈'의 40주년을 축하하고, 스무번째 작품인 '본드 20'(가제.리 타마호리 감독) 의 제작을 알리는 자리가 마련되는 것이다.

이번 행사에선 시리즈의 전설적인 제작자였던 부친 앨버트 브로콜리를 이어 시리즈 18편인 '007 네버 다이'(1997) 부터 제작을 맡고 있는 바바라 브로콜리, 제5대 제임스 본드인 피어슨 브로스넌과 20편에 출연할 본드걸,그리고 첫 시리즈부터 최근작까지 참여했던 배우.감독.스태프들이 모여 '007'의 21세기 출항을 알릴 예정이다.

특히 '본드 20'은 한국 관객들에도 각별한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할리우드 영화사 MGM측이 북한을 소재로 한 내용을 구상하고 있기 때문.

평화적인 남북통일을 희망하는 북한의 온건파 장군을 제거하려는 북한군 특수요원과 제임스 본드가 대결을 벌인다는 것이다. MGM측이 북한군 특수요원역으로 한국배우들을 접촉했으나 남북한의 특수성을 고려한 한국배우들이 출연을 기피하고 있다는 소식도 있었다.

또 최근 미국 연예전문 주간지인 할리우드 리포터는 신작의 주연급 악역으로 재미교포 릭윤이 뽑혔다고 전했다. 피어슨 브로스넌이 네번째로 본드역을 맡을 '본드 20'은 내년 말께 개봉될 예정이다.

잘 알려진대로 '007 시리즈'는 20세기 영화사가 만들어낸 최장수 오락물. 62년 흑백영화 '닥터 노'를 시작으로 99년 19편 '언리미티드'까지 스파이 영화의 명맥을 이어온 대표적 시리즈다.

특히 제임스 본드역을 맡은 배우는 세계적 스타로 부상했다.2편 '위기일발'에 단 한번 나왔던 2대 본드 조지 래전비를 제외하곤 모두 명성을 날리는 데 성공했다.

무명 단역배우에서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춘 명우로 성장한 1대 숀 코너리(총 6회 출연) , 도시적 이미지에 유머 감감을 갖춘 3대 로저 무어(7회 최다) , 진지하고 심각한 첩보원 이미지를 보여주었던 4대 티모시 달턴(2회) 등이다.

오락영화답게 '007'의 구조는 단순한 편이다. 살인면허를 가진 코드명 007의 영국 첩보원 제임스 본드가 세상을 정복하려는 국제적 범죄조직을 제압한다는 줄거리다. 영국 작가 이안 플레밍(1909~64) 의 추리 소설들이 모태가 됐다.

악당들의 부류도 다양하다. 러시아 첩보원, 일본 무역상사, 신비적 종교결사대, 미군기지를 핵공격하려는 공산당, 실리콘 밸리를 파괴하려는 대기업가 등등. 제임스 본드는 5대양 6대륙의 수려한 자연을 순례하며, 각종 첨단 무기를 휴대하며, 또 아무리 긴박한 상황에서도 팔등신 미녀인 본드걸들과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며 지난 40년간을 활보해왔다.

하지만 '007'의 명성이 예전과 같지 않은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 볼거리가 부족했던 60~70년대에 전성기를 누렸으나 특수효과로 무장한 대형영화들이 속속 기획되고, 또 냉전시대의 이데올로기가 와해되면서 존재가치가 떨어지지 시작했다.

89년 16편 '살인 면허' 이후 17편 '골든 아이'까지 6년간의 공백기가 있었던 데에도 이런 사회적 변화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다만 지금은 피어슨 브로스넌이 주연한 90년대 후반기의 세 편이 전세계에서 10억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며 '재기'를 노리고 있다.

'본드 20'이 각별한 관심을 끄는 것은 9.11 테러사건 이후 할리우드가 다시 '냉전적' 구도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제작되기 때문. 과연 새 시대의 제임스 본드는 어떤 칼을 빼들지, 그리고 어떤 '가상의 적'을 만들어낼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