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책 읽기, 타인의 필독서 목록은 버리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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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 아주 사적인 독서
이현우 지음, 웅진지식하
우스, 256쪽, 1만3000원

◆ 마음의 서재
정여울 지음, 천년의상상
280쪽, 1만6000원

“이 책 읽어봤어요?”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질문 중의 하나다. 교양 있는 사람으로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을수록 책에 대한 질문은 더 불편해진다. 이런 관점에서 읽는 이를 통쾌하게 했던 책이 있었다. 프랑스 파리 8대학 프랑스문학 교수이자 정신분석학자인 피에르 바야르의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여름언덕·2008)이다. 바야르 교수는 문학 강의를 하는 자신도 읽지 않은 책에 대해 강의하는 경우가 많다고 고백하며 ‘책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말하는 것보다는 책을 통해 자기 얘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에 출간된 두 권의 책 『아주 사적인 독서』와 『마음의 서재』는 바야르의 책을 상기시킨다. 두 ‘독서가’가 쓴 책인만큼 책 이야기가 주된 내용인데, ‘자기 색깔로 책읽기’ ‘성찰을 위한 독서’가 무엇인지를 한껏 보여준다는 점에서다.

 『아주 사적인 독서』는 북 칼럼니스트 로쟈(본명 이현우)의 고전문학 강의론이다. 흥미로운 것은, 그의 ‘사적인 독서’의 대상이 『마담 보바리』 『파우스트』 『햄릿』 등 너무도 유명해서 가장 ‘공(公)적’이랄 수 있는 책들이라는 점이다.

 저자는 ‘욕망’을 주제로 7권의 고전을 밀도있게 파고들어갔다. 예컨대 그는 『마담 보바리』를 가리켜 ‘중고생이 읽을 만한 명작인지 의문’이라면서도(‘권태’의 참뜻을 그들이 어찌 다 알랴?) “맙소사, 내가 어쩌자고 결혼을 했단 말인가?”하는 보바리의 대사가 왜 21세기에도 절절하게 읽힐 수 밖에 없는가를 짚어낸다. 『돈키호테』에 대해서는 돈키호테가 미친 짓을 하고 나서야 ‘사는 것 같은 삶’을 산 것이라고 평가했다.

 『마음의 서재』는 정색하고 책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문학평론가인 저자가 나즈막한 톤으로 풀어놓는 삶 이야기 구석구석에 자연스러운 풍경처럼 책 이야기가 자리하고 있다. 우리가 잘 아는 『피터팬』 『빨강머리 앤』도 그의 눈길을 통하니 전혀 새로운 이야기처럼 다가온다. 『빨강머리 앤』을 읽으며 앤의 입장이 아니라 낯선 인방인을 받아들이는 마릴라 아주머니의 입장을 헤아리게 하고, “집이 있고 집으로 돌아간다는 게 너무 좋아요”라는 앤의 대사에 실린 울림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

 두 저자의 목소리는 닮았다. 사적인 독서를 가리켜 ‘철저하게 자기 자신을 위한 독서’(이현우)라고 했고, ‘이제는 ‘타인의 (서재)목록’에 연연해하지 말고 내 마음의 목록을 꾸리자’(정여울)고 제안하는 대목에서 특히 그렇다.

 책 읽기는 결국 ‘내 이야기’를 완성하기 위한 또 하나의 창의적인 과정임을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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