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0억 횡령한 교수공제회 총괄이사 징역 20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전국 교수 5000여 명이 맡긴 돈 560여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전국교수공제회 총괄이사 이창조(61)씨에게 검찰 구형량보다 무거운 징역 20년이 선고됐다.

(중앙일보 2012년 9월 3일자 21면)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이동훈)는 20일 금융감독원 허가 없이 교수들로부터 적금과 예금을 받아 560여억원을 빼돌린 혐의(유사수신 및 횡령 등)로 기소된 이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유사수신행위를 하고 부동산 투자 등 개인적인 용도로 자금을 횡령한 사실이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며 “실적을 허위·과장해 교수들에게서 끌어 모은 돈을 자신의 재산 증식 수단으로 삼는 등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의 범행으로 금융질서가 문란해졌고 다수의 공제회 회원들이 원금의 절반도 회수하지 못하는 등 심각한 경제적 피해를 봤는데도 범행을 부인해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업가 출신인 이씨는 1998년 전국교수공제회를 만들었다. 71년 법률에 의해 설립된 한국교직원공제회를 모방한 미인가 단체다. 이씨는 수도권의 한 대학 전직 총장인 주모(80·불구속 기소)씨를 회장으로 내세워 회원을 모집했다. 교수 생활 안정과 복리 증진을 명분으로 전임강사 이상의 교수와 배우자 등이 대상이었다. 그는 회원들에게 ‘보유자산 4조원, 10년째 흑자’ 등 허위·과장 광고를 했다. 정년퇴직 시 원금에 20% 이상 이자를 붙여 환급하겠다고 알렸다. 전국의 교수 5486명이 예금과 적금 명목으로 공제회에 6771억원을 맡겼다. 이들은 공제회란 이름만 믿고 의심 없이 돈을 불입했다. 이씨는 이 가운데 560여억원을 부동산사업이나 펀드에 투자해 빼돌렸다. 주씨와 이씨의 아내(58) 등도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에 대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씨에 대한 선고형량은 횡령죄의 대법원의 양형기준상 권고형(징역 7~16년6월)보다 높다. 앞서 검찰은 이씨에 대해 징역 18년을 구형했었다. 재판부는 “양형기준이 없는 유사수신법 위반 부분까지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