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교수 5000여 명이 맡긴 돈 560여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전국교수공제회 총괄이사 이창조(61)씨에게 검찰 구형량보다 무거운 징역 20년이 선고됐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이동훈)는 20일 금융감독원 허가 없이 교수들로부터 적금과 예금을 받아 560여억원을 빼돌린 혐의(유사수신 및 횡령 등)로 기소된 이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유사수신행위를 하고 부동산 투자 등 개인적인 용도로 자금을 횡령한 사실이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며 “실적을 허위·과장해 교수들에게서 끌어 모은 돈을 자신의 재산 증식 수단으로 삼는 등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의 범행으로 금융질서가 문란해졌고 다수의 공제회 회원들이 원금의 절반도 회수하지 못하는 등 심각한 경제적 피해를 봤는데도 범행을 부인해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업가 출신인 이씨는 1998년 전국교수공제회를 만들었다. 71년 법률에 의해 설립된 한국교직원공제회를 모방한 미인가 단체다. 이씨는 수도권의 한 대학 전직 총장인 주모(80·불구속 기소)씨를 회장으로 내세워 회원을 모집했다. 교수 생활 안정과 복리 증진을 명분으로 전임강사 이상의 교수와 배우자 등이 대상이었다. 그는 회원들에게 ‘보유자산 4조원, 10년째 흑자’ 등 허위·과장 광고를 했다. 정년퇴직 시 원금에 20% 이상 이자를 붙여 환급하겠다고 알렸다. 전국의 교수 5486명이 예금과 적금 명목으로 공제회에 6771억원을 맡겼다. 이들은 공제회란 이름만 믿고 의심 없이 돈을 불입했다. 이씨는 이 가운데 560여억원을 부동산사업이나 펀드에 투자해 빼돌렸다. 주씨와 이씨의 아내(58) 등도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에 대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씨에 대한 선고형량은 횡령죄의 대법원의 양형기준상 권고형(징역 7~16년6월)보다 높다. 앞서 검찰은 이씨에 대해 징역 18년을 구형했었다. 재판부는 “양형기준이 없는 유사수신법 위반 부분까지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수원=최모란 기자